잠지
오탁번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
내 오줌이 멀리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
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호호호 웃는다
-네 색시한테 매일 따스한 밥 얻어 먹겠네
(동시와 외설은 한끗 차이일까. 마지막 연 호호호 웃는 엄마의 웃음과 말에 담겨진 의미심장함에 별쭝맞은 생각을 다했다. 아, 물론 시가 외설적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인간(혹은 남성)의 원초적인 속내를 이리 재밌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이 시의 미덕 같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은 낱말들로 엉켜 있는 시들보다 이 얼마나 속물적이면서도 함축적인가! 나는 결심했다. 이왕이면 쉽고 재미있으면서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시만 찾아 읽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