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이 흥미롭다

by 김대일

흥미로운 영화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 기존의 남성서사를 비판적으로 비평하는 남성서사라는 한 영화평론가의 평가와 더불어 간략하게 소개한 영화의 줄거리와 짜임새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 벌써 개봉했다는데 영화관은 불안해서 가 볼 엄두가 안 나지만 어떻게든 볼 작정이다. 다음은 한 일간지 토요판에 소개한 그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영화를 소개할 적마다 '스포에 주의'하라는 말이 약방에 감초처럼 달리던데 나도 미리 '스포에 주의'하라고 깔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이 썼던 내용을 발췌해 요약한 것뿐인데 거기에다 대고 스포일러 운운하는 건 어째 옥상옥 같아 우습다. 아무려나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새롭고 더 나은 남성서사라는 평을 듣는 좋은 영화 한 편은 나를 오랜만에 설레게 한다. 공고하게 구축된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작업이 얼마나 지난한지 영화감독을 안 해 봐서 체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빚어놓은 작품에 열광하면서 진심어린 경의를 표할 준비는 되어 있다. 영화 <라스트 듀얼>의 감독이 30년 전 <델마와 루이스>를 연출한 리들리 스콧이라면 더더욱!

<라스트 듀얼>은 14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장 드 카루즈(맷 데이먼)와 자크 르그리(애덤 드라이버) 간의 결투 재판을 다룬다.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신의 뜻을 묻고자 했던 건 "자크가 장의 아내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를 강간했는가"이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시점에서 보여주는 '라쇼몽' 식 전개를 취하며 관객을 판관으로 초대한다(이런 전개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 스토리 관련자들 각자의 관점에서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게 해 객관성이라는 거리두기를 확보하니까).

영화는 '장이 말하는 진실', '자크가 말하는 진실', 마지막으로 '마르크리트가 말하는 진실' 세 파트로 나눠 각자의 서사를 풀어나간다.

장은 아첨꾼이자 한량이라 신뢰할 수 없었던 친구 자크가 부당하게 자신의 땅을 뺏고, 성주 자리를 뺐더니, 아내까지 겁탈해 "신의 이름으로 그를 응징하고 명예를 회복하리라" 다짐한다.

아둔한 장과 달리 영민한 지략가인 자크는 운명에 이끌려 마르그리트와 사랑에 빠지고 어렵게 밀회의 기회를 얻어 서로 사랑을 나누었는데, 황당하게도 마르그리트가 자신을 강간죄로 고발했다. 당시 마르그리트가 당시 "노"라고 말하긴 했지만 '여자의 노는 예스 아니냐"며 억울해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목숨을 걸고 끝까지 가는 수밖에.

마르크리트는 위태로운 가문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엄청난 지참금을 들고 파산한 성주의 아들 장과 결혼했다.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정숙한 여자로 살기 위해 앞에 나서지 않았고, 남편이 성을 비울 때면 착실하게 성내 살림을 관리했다. 그러나 아들을 낳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생활은 늘 가시방석이다. 그런 와중에 남편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칼럼에서 영화평론가는 자크의 관점에서 그려지는 "노 민스 예스"의 섹스 신과 마르그리트 관점에서 그려지는 "노 민스 노"의 강간 신 사이의 차이가 관객에게 놀라운 각성의 순간을 제공한다고 단언했다.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자막에서 '마르그리트가 말하는'이라고 쓰인 부분을 페이드 아웃으로 지우고 '진실(the truth)'만을 남긴 리들리 스콧은 '각자의 진실이 있다'는 안전한 선택에서 벗어나 가부장의 서사와 강간범의 서사가 지배했던 세계를 비판한다고도 덧붙였다. 흥미로운 영화임에 분명하다.

(<손희정의 영화담談-라스트 듀얼, 아네트>, 한겨레신문, 2021.11.06.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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