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은 죄악이 아니다>라는 칼럼

by 김대일

필자는 역사학자다. 그가 몸 담고 있는 분야와는 별 관련이 없을 법한 채식주의 대 육식주의 간 대립에 관해 칼럼을 썼다는 것 자체가 이채롭다. 그보다는 애초에 그릇된 관념을 신념으로 추앙해 고질화시켜 이를 자기와 맞지 않은 상대를 경멸하는 무기로 들이미는 태도에 반박하는 글투가 마음에 쏙 와닿는다. 이를테면 채식이 생명을 위하는 길이라는 관념은 모든 생명은 윤회하므로 동물을 먹는 건 사람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고대 인도의 산물에서 비롯되었고 식물은 생명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식물도 생명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아니 채식이 '생명'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필자는 꼬집는다. 통쾌한 논리 아닌가! 한편으로 육식이 꼭 죄악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육식이 의미하는 바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설득력을 확보하는 영리함을 발휘한다(채식주의의 허상을 꼬집자는 게 아니고 필자의 글솜씨에 탄복하는 거이니 오해 없기를). 칼럼은 짜임새가 돋보이고 논리는 균형잡혔다. 거기에 필자만이 가지는 조금은 시니컬하고 레디컬한 특유의 필체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짧은 문명 비평문을 읽은 느낌이다. 잘 읽었다. 추천하고 싶다.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11103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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