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을 생각한다. 저녁에 나가서 아침에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둘이 만나는 경우는 아침이나 저녁 이 둘뿐이지만, 만나기는 만난다.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인사한다. 둘은 아직 부부다.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다. 다음에는 언제 만날까? 약속을 정하지 않는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는 사람과 저녁에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만난다. 만나기는 만난다. 어쩌다가 우리는 만났을까?
(이제는 중견 시인인 그가 부부 사이를 잘 알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멀게만 느껴지는 부부 사이는 부부로 안 살아보면 잘 모르는데 말이다. 만약 안 겪어봤는데도 이런 시를 쓴 거면 시인은 천재다. 현실을 정확히 간파하는 시적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하고보면 시인을 또라이 아니면 천재라는 말이 있던데 이 시인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이 시를 읽으면서 절실하게 느낀다.
여담인데, 이 시인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 '있었다' 과거형을 쓴 까닭은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지간으로 그가 시인이 되기 전 공학도일 무렵 데리고 다니면서 억지 술을 많이 먹인 몹쓸 선배였는데 그게 나한테는 추억거리지만 시인한테는 떠올리기 싫은 과거사일지 모르고, 그런 연줄조차 십수 년 전에 끊겨 지금은 시인이 시집을 내거나 문학상을 탔다는 소식을 지면으로나 접하는 정도라서 그렇다.
풍문으로 듣기로 시인은 결혼하지 않았다는데 이 시를 어떻게 썼을까. 봐도 봐도 신통하네. 천재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