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첫사랑을 못 잊는 사람은 버림받은(전문용어로 차인) 사람이지 버린(역시 전문용어로 찬) 사람이 아니다. 아쉽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서러워서 못 잊는 거다. 그러니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갓지게 별자리 이름이나 외우고 성경책을 끝까지 읽거나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끝까지 가보는 따위 여유를 부릴 계제가 아니다. 사랑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언지 추적해 그 맹아를 싹둑 잘라내야 하는 게 타임슬립의 주된 임무이자 급선무다. 나라면 그러겠다. 하다못해 파탄에 이르게 된 핑계조차 일언반구 대지 않고 무참히 버리고 간 속사정이라도 안다면 삼십 년 묵은(일방적으로 버림받은 지 올해로 딱 삼십 년째다. 하여 이 시를 택한 건 탁월하다!) 체증이 확 풀릴 게다. 당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늙어 죽을 때까지 이 생각 변함이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