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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by 김대일

"문인들은 '쓴다'는 행위 속에 갇힌 수인이다. 글이 쓰여지지 않을 때 그는 절망하며, 글을 쓰는 순간 그는 좌절한다. 글쓰기를 중단하는 순간 그는 무의미한 존재가 되며, 글쓰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무능을 끊임없이 질책한다. 쓴다는 일을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는 문인들이 많은데, 이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이명원 산문집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의 한 대목을 인용한 <최재봉의 탐문- 05. 마감>(한겨레신문, 2021.11.24.)에서 재인용)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본 끝에 내가 정한 마감시한은 늦어도 매일 오전 8시50분까지이다. 9시 전후 업로드하기로 혼자 결정한 뒤로 글에 어울리는 삽화나 사진을 검색하는 시간 10분 내외를 감안해 마감시한을 잡은 것이다. 기한을 정한 뒤로 업로드를 당겼으면 당겼지 늦춘 적은 별로 없지 싶다. 하루에 글 한 꼭지씩 꼭 올리라고 누가 등 떠다 민 것도 아닌데 나는 기를 쓰고 글을 쓰고 어김없이 올린다. 올 6월10일부터시작했으니까 5개월을 훌쩍 넘겼다. 매일 쓰고 올리면서 절감했다 마감에 쫓기는 기분을. 마감이 주는 고통 만큼이나 똥줄이 타도록 마감에 쫓겼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문장이 떠오르면서 글이 술술 풀렸다는 작가들의 경험 또한 미약하게나마 나도 겪었다. 즉, 창작의 촉매요 뮤즈로 구실하는 마감이라는 오르가슴에 나도 이미 중독된 셈이다. 메마른 등걸같은 일상 이렇게라도 생기 불어넣으려는 노력이 갸륵하다. 그래서 내가 나를 칭찬한다. 당신도 이런 나를 칭찬해다오. '나는 심심한데 너는 혼자서 잘도 노는구나!'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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