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시 읽는 일요일(23)
by
김대일
Nov 28. 2021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남편이 쓴 아내 시는 어떨까?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따위 신파조 말고 생생함 그 자체인 시. 찾아봐야겠다. 다음 주는 그걸로!)
8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대일
소속
깎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일상을 흥미롭게 쓰고 싶습니다.
구독자
80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북극얼룩다람쥐
우연한 산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