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소동

by 김대일

영화배우 라미란이 한 TV프로에 나와 <부산에 가면>이란 노래를 부르는 유투브 클립이 잘 밤에 톡으로 날아왔다. 한 잔 걸치다 보낸 게 틀림없다. 취기가 오르면 영락없이 센치해지는 이상한 체질을 가진 녀석은 안부랍시고 보내는 문자들이 하나같이 청승궂고 징글맞았는데 취향이 바뀌었는지 이번엔 동영상이다. '이왕 들을 거면 원곡을 들어야지'라고 토를 단 나는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뮤직비디오를 찾아 선심 쓰듯 보냈다.

녀석이 <부산에 가면>을 보낸 의도는 뻔하다. 회포 풀러 부산 내려가겠다고 제가 먼저 바람잡은 게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설레발 치고 수습이 안 되니까 이렇게라도 미안한 마음 전하려는 얕은 꼼수다. 아닌 게 아니라 취해서인지 추워서인지 곱은 손가락으로 녀석은 맞춤법이 엉망인 변명을 늘어놓았다.

'간다긴다 바람만 잔쯕 넣고 미앤하단 얘기하는게 더 서운할거 같다'

여기서 안 끊으면 연이은 술주정 문자폭탄로 제때 잠 못 잔다. 숨을 고른 뒤 나는 스마트폰을 후딱 눌러 쐐기를 박았다.

'부담 갖지 마라. 내려올 때 되면 다 내려온다. 대신 내려오면 푸지게 놀자. 머피 가서(아직 있나 몰라) 생맥 한 잔 땡기면서 시가 빨고, 너 자주 가던 해운대 횟집(언덕배기에 있는 가게 이름 까먹었다) 가서 회 한 접시 먹자. 먹고 마시면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 나누면서 속절없이 늙어가는 우리 인생 잠깐이나마 지체시키자. 그래야 네 놈도 숨통이 트이지. 원래 서울 놈 아니고선 정기적으로 바깥바람 쐬어 줘야 하느니. 내가 거기 살아봐서 잘 알잖니.

가끔 재수없다고 느끼긴 해도 친구라고 칭하는 녀석들 중에서 너만큼 자랑스러운 놈도 없다! 굉장하다 박 아무개! 올해도 대단히 고생 많았다. 나이 들어 자주 볼라믄 너나 나나 건강해야 하니 몸관리 잘하시라. 어머니 안부 전해 주고 와이프, 아들 건강 기원한다. 가내 행복하시라.

볼일 다 봤으니 나는 잘란다.'

<부산에 가면> 소동 덕에 연말 분위기 보시시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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