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내기도 빠듯했던 한 고학생은 배가 너무 고파 다음날 지불하겠다고 말하고 홍합 한 그릇을 얻어 먹었다. 다음 날이라고 돈이 있을 리 없었던 그는 끝내 홍합 한 그릇 값을 못 갚은 채로 미국 이민길에 올랐고 50년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감사와 속죄의 마음을 담은 편지와 2천달러(한화 약 230만 원) 수표를 보내 왔다.(한겨레신문. 2021.12.29. 기사 참조)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 이민 길에 올라 지난 50년 간 친절하셨던 아주머니께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 이제 제 삶을 돌아보고 청산해가면서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그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돈을 보낸 이유를 밝힌 대목만 몇 번을 읽었다.
궁금했다. 홍합 한 그릇 값을 못 갚았다는 부채 의식이 그에게는 그토록 질곡이었을까. 50년 전 떼먹은 홍합 한 그릇 값에 매겨진 가책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길래 일흔 노인은 비장하게 속죄를 청하는 것일까. 대관절 그 홍합 한 그릇 값이 뭐길래 거짓말쟁이라는 인생의 오점을 지우려는 말년의 집요함인가. 그 고학생이 아니라 잘 모르겠어서 훈훈한 기사를 읽으면서도 나는 내내 궁금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