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해 인사

by 김대일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배후는 청사포다. 거기에서 보는 일출도 여느 명소 못지않아서 새해 첫날 동 틀 무렵이면 가족들과 부산을 떨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하반신이 불편한 모친의 거동을 살피면서 본가 작은 방에 누워 새해 첫 새벽을 맞이한다. 인생이란 그런 거다. 고정된 건 없어서 고수할 것도 없다고.

떡국 끓여 가족들과 느긋하게 새해 첫날 아침을 즐기면 훈훈하기 그지없는 장면이겠으나 알바 가게로 출근하는 나는 전철 간에서 새해 인사글을 게시까지 하려고 열나게 분주하다. 그깟 알바비 몇 푼 운운일랑 마시라. 가족들과 오붓하게 떡국을 퍼먹을 시간에 머리카락을 자르고 염색약을 발라야 하는 나는 속은 좀 쓰리긴 해도 할 만하니까 견디는 거다. 요컨대 지금은 단란함보다는 치열함이 나한테 더 득이라는 소리겠다.

당신에게 새해 문안이랍시고 올리는 글의 골자는 별 거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불변이란 게 없으니 완고하게 살 까닭이 없다고. 고로 우리는 유연해야 한다고. 슬프다고 줄창 슬픈 게 아니고 행복하다고 넋 놓고 있다간 뒷통수 된통 당할 수 있음을 유의하자. 우리는 트랜디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찬란하고 우아한 배우가 아니니 목전의 현실에 충실해 스스로 안위를 챙기는 영악함으로 올 한 해를 또 버티자고. 당신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

작가의 이전글홍합 한 그릇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