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협동조합 '쿱(COOP) 택시'를 아는가. 나는 6년 전에 한 일간지 기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 ‘쿱’(COOP) 로고를 붙이고 노란색으로 도색된 협동조합 택시가 차량 가동률과 운송수입금 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경영성과를 보이고 법인택시 기사 기본급여가 115만~130만인데 반해 조합원 택시기사들은 월평균 약 250만 원의 소득을 올리다 보니 택시기사들이 자연스럽게 조합에 가입하려고 줄을 서는가 하면 부산, 대구 등 30곳에서 상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노란색 '쿱'택시 잘~ 나갑니다>, 한겨레신문, 2016.01.26.).
택시운전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마련해주는 건 물론이고 택시운전자들이 회사 소유권을 가진 사업 주체로써 무한책임을 느끼는 자치 운영은 기존 사업주와 택시운전사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적합한 사업모델이라며 내 일처럼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협동조합으로 살아남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격으로 여전히 척박한 우리네 사회적 여건에서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았다.
협동조합이 쉽게 망하는 이유 중에는 '우리 것'보다 '내 것'을 더 금이야 옥이야 여기는 경제적 풍토도 문제지만 협동조합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도 무시못한다. 호혜와 연대, 협력이라는 뜬구름 같은 추상적 가치만 좇다가 정작 사업성을 놓치고 마는 우를 저지른다거나 조합원 전원 합의라는 완고한 원칙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경제야말로 경제 주체들이 연대해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유익한 미래라는 점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6년이 지나 일간지 사회면에 뜻밖의 소식이 나를 좌절케 했다. '쿱 택시'가 경영 악화로 인해 파산했다. 출범 직후에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듯했던 쿱 택시는 2017년 말부터 국회의원 출신 초대 이사장과 조합원들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운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출신 이사장은 독단적으로 경영하고 출자금을 임의로 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조합원들은 2018년 4월 임시총회를 열어 그를 해임했다. 이후 쿱택시는 운행률이 97%에서 50%대로 떨어졌고 조합원까지 급격하게 줄면서 경영은 크게 악화됐다. 2019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조합원 임금 5억 원 가량을지급하지 못해 고용노동청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2020년 10월부터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왔다.(<사납금 없는 '쿱 택시' 결국 멈췄다>, 경향신문, 2021.01.04.)
무시 못할 협동조합 리스크는 또 있다. 조합원들 간의 상호신뢰와 민주성을 바탕으로 한 인적 결합은 협동조합 정신이 결여된 개인적 야욕 내지 어그러진 기업가 정신으로 인해 쉽게 균열이 가는 경향이 짙다.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가 결국 사람 때문에 망할 수 있다는 소리다. 쿱 택시 파산이 주는 안타까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