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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나이

by 김대일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나이 셈법은 3가지란다. 태어나면 한 살이 되고 새해가 되면 한 살씩 늘어나는 '세는나이(한국식 나이)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민법 등의 법률에서는 출생 때를 0살로 하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생일이 되면 한 살씩 증가하는 '만 나이'가 사용된다.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도 만 나이를 쓴다. 청소년 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드물게 '연 나이'도 사용한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가 연 나이다. 이러니 경우에 따라서는 나이가 3개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993년 12월에 태어난 사람의 경우 2022년 새해부터 한국식 세는나이로 30살이 된다. 그 사람이 행정적 절차를 처리할 때는 만 나이로 28살, 연 나이로 29살이다.(<K-나이가 뭐길래>, 한겨레신문, 2022.01.01 인용)

그게 무슨 대수랴 하겠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더라. 일상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세는나이'와 정부 공문서 등에서 사용하는 '만 나이'의 혼선이 빈번하다는데 예를 들어 정부가 "2022년 2월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12~17살 청소년은 학원 등에 출입 가능하도록 하는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적용 대상인지 곧바로 알아듣기 어려워 공공기관에 재차 문의해야 한단다. 또 외국 학생들과 의사소통할 때 한국식 나이를 쓰면 만 나이를 쓰는 외국 학생들과 의사소통에 애로가 많다는 젊은층 얘기도 공감이 간다. '만 나이' 표준화를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20~30대 응답자 중 약 84%가 "만 나이를 표준화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한 건 국제화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태어난 젊은층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1972년 8월에 태어난 나는 한국나이로는 51살이고 만으로는 49살이다. 나이를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 초로가 될 수도 청장년 소릴 들을 수도 있다. 두말할 것 없이 40대이길 나는 바라지만 비슷한 또래끼리 만나 나이가 입길에 오르면 버릇이 들린 한국식 나이를 들먹이다 인생무상을 한탄하기 바쁘다. 정신건강에 썩 바람직스럽지 않은 꼴불견이라고 나는 본다. 또 속절없이 먹어가는 낫살에 하루하루 달라지는 육체의 노쇠만도 서러워 미칠 지경인데 구태여 안 먹은 나이를 부풀리는 건 쓰잘데기없는 과시욕 같아 나는 너무 싫다. 젊은 기분으로 오래오래 무탈하게 살고 싶은 게 오래된 인간의 염원이고 보면 한국식 세는나이는 인지상정과도 거리가 한참 먼 구태임에 틀림없다. 정 한국식 나이로 세고 싶다면 차라리 한국식 나이에 0.8을 곱해 계산한 이른바 '현대 나이'를 주워섬기는 게 수명 연장 시대에 맞는 슬기로운 대처법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만 나이로 나이 셈법을 통일하자는 데 나도 한 표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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