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변

by 김대일

2021년 8월 20일 게시한 글의 제목은 <꼰대 감별법>이었다. 그 전날인 19일 신문 칼럼(고재열, <꼰대 감별법>, 경향신문)에서 착안하고 당시 내가 다니던 이용학원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글감으로 삼았었다. 나이 지긋해 뵈는 남자 학원생이 학원생들한테 나이를 물어 굳이 선후를 가른다거나 틀린 자격시험 요강임에도 틀림없는 정보인 양 상대방한테 강요하는 꼴이 볼썽사납고 꼭 꼰대같아서 몇 자 적어본 것이다. 칼럼에 나열된 '꼰대 감별법 10가지'에 그 사람을 갖다 대보는 짓을 하는 나 또한 꼰대나 별반 다를 바 없다며 글을 마무리지었지만 남 흉허물을 제멋대로 들추어낸 성싶어 뒷맛이 영 개운찮긴 했다.

어제(2022.01.20.) 아침이었다. 브런치 알람이 5분 단위로 연거푸 울렸다. <꼰대 감별법>이라는 내 글의 조회수가 1천, 2천, 3천 쭉쭉 올라가더니 삽시간에 만 단위를 돌파하는 게 아닌가! 저녁 무렵 확인했더니 조회수 7만을 훌쩍 넘겼고 댓글도 십수 개나 달렸다. 글 한 꼭지 정성들여 쓰고 나면 나는 내 블로그, 밴드, 브런치에 똑같이 게시한다. 그 짓거리를 몇 년씩 해도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간 적은 없었다. 내 글발이 워낙 졸렬해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내 블로그, 내 밴드, 내 브런치의 이웃이니 멤버, 구독자 수가 양손을 몇 번만 꼽으면 다 헤아릴 정도로 한산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기도 해서다. 요즘같이 볼 거 많은 세상에 심심파적 삼아 시간을 때우는 데 재미라고는 쥐좆만큼도 없는 공간을 드나들 까닭이 없음을 나는 잘 안다. 또 나부터도 일상의 루틴일 뿐인 글쓰기에 괜한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지면서 그저 알 만한 사람만 왔다 가는 공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파천황의 상황이 탐탁스럽지 않은 건 나잇살을 먹어가는 증거로 여실하다. 그러니 어제의 이변이 충격적일밖에.

조회수 7만이 넘어갈 정도로 도드라진 내용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나는 도대체 브런치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가 궁금해졌다. 내용은 차치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단어로 제목을 뽑아서 그런 건가 넘겨짚으면서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허나 그러다 만다. 전업작가가 아닌 바에야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할 까닭이 없을 뿐더러 조회수라는 게 손 뻗은들 잡지 못하는 하늘의 뜬구름 같이 부질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내가 꼭 경계해야 할 것은 분명 생겼다. 의도야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혹시 내 글로 누군가가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심사숙고해야겠다는 것. 나는 지금 몹시 참담하다. 나이 지긋해 뵈는 남자 학원생이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정작 나는 알고 있잖은가.

작가의 이전글급행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