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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25. 2022

나의 작은 꿈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가 않아서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데 멜로디가 귓가에 맴맴 돌아 당최 집중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노래를 속칭 '수능금지곡'이라고 한다. 결이 좀 다르긴 한데 며칠 전부터 내 귓가에도 걸핏하면 똑같은 노래가 무한재생되는 중이다. 그렇지만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책을 거꾸로 볼 지경으로 몰아가는 원흉이 아닌 오래전 감성을 소환시켜 경직된 마음을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기분좋음을 선사한 그 노래는 노래의 가사처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작은 꿈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발단은 <백투더뮤직>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불리어지는 명곡의 주인공들을 찾아서 그 사연을 듣는 song큐멘터리를 표방하는 <백투더뮤직>이라는 프로그램의 최근 출연자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른 포크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이었다. 밴드 구성원인 3명의 이력이 차례로 소개될 때 나는 그간 잊고 있었던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 멤버 중 강인봉은 내가 아주 어렸을 무렵 영화감독이자 드라마작가였던 부친, 성악과 출신 모친, 다재다능한 다섯 명의 형들, 누나와 더불어 그룹을 이뤄 일세를 풍미했던 유일무이한 대가족 그룹 <작은별 가족>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악기 두어 개쯤은 예사로 다룰 줄 알고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안 하는 거 없고 못하는 거 없었던 <작은별 가족> 중에서도 특히 막내인 강인봉의 목소리를 나는 동경했다. 변성기에 들기 전 맑고 깨끗하면서도 지를 때는 시원하게 질러대는 신동의 목소리는 그보다 여섯 살이나 더 앳됐으면서도 따라하고 싶고 닮고 싶었던 목소리로 내 기억에 남았다. 강인봉이 부른 '나의 작은 꿈'은 마이클 잭슨의 'in our small way'를 번안한 곡이다. 자연 마이클 잭슨과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는데 전혀 꿀리는 게 없다. 오히려 마이클 잭슨보다 더 청명한 음색은 원곡을 뛰어넘는 아우라를 획득했다고 나는 자부한다. 

   헌데 <자전거 탄 풍경>에서 강인봉은 설령 변성기 전 목소리와는 판이한 탁성으로 변했다 하더라도 김형섭, 송봉주가 노래의 중심을 잡을 때 서브 역할로 양념 구실을 하는 데 그친 양 존재감이 미미해 보여 아쉽다. 물론 그의 연주가적 기질과 <자전거 탄 풍경>만이 이뤄내는 하모니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의 작은 꿈'에 매료되었던 팬으로서는 미성으로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던 어린 강인봉과 자꾸 오버랩되어 만감이 교차한다. 내 귀에서 자꾸 맴맴 도는 까닭이 어쩌면 그런 묘한 감정의 연장선상 때문이 아닌가도 싶고.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헤어날 줄 모르는 고질이 도졌는지 <작은별 가족>의 '나의 작은 꿈'을 찾아서 듣고 또 듣는다. 덕분에 볼 것 들을 것 별로 없었어도 감수성 하나는 억만장자 부러울 것 없이 한껏 부풀었던 내 유년시절을 회상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나의 작은 꿈

                 강문수 작사, 외국 곡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나에겐 정말 아름다운 꿈이 있어요/초롱초롱 빛나는 별처럼 작은 꿈/그림같은 작은 꿈 말할 테야/

반짝이는 별처럼/수많은 사람들/별을 보고 무슨 생각할까/언제나 나의 꿈은 멋진 세상/

아~ 수많은 사람들이여/나의 작은 꿈 말해 볼까/그림같은 작은 꿈/정말로 말할 테야/

반짝이는 별처럼/수많은 사람들/별을 보고 무슨 생각할까/언제나 나의 꿈은 멋진 세상/

아~ 수많은 사람들이여/나의 작은 꿈 말해 볼까/그림같은 작은 꿈/정말로 말할 테야/

검은 마음 빨간 마음 하얗게/눈물 없고 슬픔 없는 이 세상/ 만드는 게 내 꿈이야/

수많은 사람들이여~~/나의 작은 꿈 말해 볼까/ 그림같은 작은 꿈/즐거운 세상이야/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나에겐 정말 아름다운 꿈이 있어요/초롱초롱 빛나는 별처럼 작은 꿈/ 작은 꿈 말할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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