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은 아니지만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긴 나도 마찬가지다. 글을 써서 뻔질나게 게시하는 데는 낑낑대며 쓴 글이니 성의를 봐서라도 꼭 읽어 주십사 부탁하는, 기성 작가 발가락에 낀 때만도 못한 얼치기임을 모르지 않지만 대기만성 미담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도 없어서 부산 구석진 어디메서 늦깎이로 글짓기 연습에 한창인 김 아무개에게 관심 좀 가져달라는 저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 글투는 조악하고 짜임새는 성글기 짝이 없으며 글에 담긴 내용 중에 건질 만한 게 하나 없는 졸렬함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주제 파악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거니와 냉냉한 무반응에 옹졸한 티나 내는 좀생원처럼 굴기보다는 사람들 눈에 차지 못하는 내 깜냥이 궁해서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니 털털해할 줄도 안다.
그러다가 알림 수신음과 함께 폰 화면에서 불현듯 튀어나온 속 깊은 성원이 범벅인 댓글은 외사랑하던 이로부터 진심이 받아들여져 마침내 완전한 결합으로 승인받은 듯 황홀하다.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내 글을 읽는 '독자'라고 했다. 댓글 달린 게시글이 그니 감정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는지 잘 모르겠지만 문득 읽는 한 사람 여기 있다고, 그저 묵묵히 나를 지지하는 한 사람이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독자'란 단어가 주는 뿌듯함이랄지 아직 묵직하게 실감은 아니 나되 그렇다고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긴장감이 훈풍처럼 밀려온다.썩 개의치 않는다고 떠벌였지만 정정하겠다. 휑한 사이버 공간을 볼 적마다 드는 자괴감에 부쩌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글프지 않다. 내 공간, 아니 우리의 공간에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알았고 내가 밟아가는 글의 발자취를 묵묵히 관조하는 '독자'를 위해 깊은 경의와 감사를 보낸다. 훈훈하고 든든한 댓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