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센터

by 김대일

개업할 가게 근처 재활용센터에서 전자레인지와 의자 2개를 샀다. 전자레인지는 3만 원, 의자는 2만 원 줬는데 새 것이나 다름없이 깔쌈했다. 지난 주 중고 냉난방기 구매하러 부전시장 전자상가 갔다가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도 둘러보긴 했었다. 냉장고는 적절한 사이즈와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찾았지만 상인이 추천한 전자레인지가 색깔은 구리고 스타일까지 후져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헐값이라며 하도 강매하는 바람에 예약을 걸었다. 그때 제시받은 가격이 7만 원이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집어넣고 채워 넣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목록으로 만들어 한 줄로 세우면 스마트폰 메모장을 두 번 넘게 스크롤할 정도다. 하여 전자제품, 이용기구, 청소용품 식으로 범주가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 구입처를 일원화하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전자제품은 부친 가게의 냉난방기를 구입했던 곳에서 일괄 구매하기로 했던 것이다. 중고 제품들이고 하니 잘만 흥정하면 괜찮은 제품을 싼값에 득템할 수 있어 좋았지만 전자레인지만은 재고 상품을 밀어내듯 강매하려는 상인의 불손함이 거슬렸다. 암만 봐도 7만 원짜리는 아닌 성싶어 예약을 걸어놓고는 괜한 짓 했다 싶어 전전긍긍했다. 내가 좀 그렇다. 결정 장애가 심해 한참을 망설인 끝에 내린 결정은 더는 번복하질 못한다. 번복함으로써 얻어지는 내 실속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거래 상대방이 혹시 기분 상할까 저어하는 쓸데없는 배려.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공사하는 기술자 옆에 있어봐야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지만 그렇다고 나 몰라라 현장을 나오기도 뭣해 엊그제는 빈둥빈둥 동네를 돌아다녀봤다. 상가가 활성화되어 있는 도로변은 다채로운 가게들로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부산 백병원 방면으로 꺾어지는 도로 끝에 재활용센터가 눈에 띄었다. 살면서 재활용센터라는 곳을 들러 사 본 적 없었고 살 이유는 더더욱 없었던 내가 불현듯 재활용센터에 눈이 간 것도 모자라 자세히 안 보면 쉽사리 보이지도 않게 높다란 선반 위에 숨어 있던 아담한 사이즈의 블랙톤 전자레인지를 발견한 건 불가사의하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지만 엔간히 눈치가 없는 나는 점심때여서 배달된 짜장면을 비벼 막 한입 넣으려는 주인한테 얼마면 되냐고 무작정 네고를 했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울타리까지 예쁘다는 속담이 있다. 내 눈에 든 전자레인지를 보유한 센터 사장님은 굳이 말을 안 붙여도 호인인 줄 알겠더라. 그런 위인이 '3만 원짜리 치고 이만한 거 찾기 힘들 겁니다'라고 깍듯하게 응수하는 순간 내 마음은 이미 확고부동해졌다. 7만 원과 3만 원의 차익은 덤이다. 억지춘향으로 떠안게 된 불편함에서 벗어나 갖고 싶은 것을 손수 쟁취했다는 작지만 짜릿한 성취욕이 나를 고무시켰다. 3만 원짜리 전자레인지는 장담컨대 3백만 원짜리 고급 오븐에 버금가는 값어치를 해낼 것이다.

재활용센터 문지방이 닳아질 게 뻔하다. 값 싸고 쓸 만한 은둔 거사가 도처에 산재한 재활용센터를 늦게나마 알게 된 건 가게를 시작하면서 얻은 생활의 지혜로써 무척 소중하다. 작은 것에서부터 실속을 챙기는 재미가 늘다 보면 허무맹랑하던 내 구태도 시나브로 바뀔 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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