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 부산 내려올 일정을 잡을 거라면서 확정된 개업일을 물어왔다. 사업자등록증 발급받을 때 써 넣은 날짜를 불러줬다. 개업 선물 읊으래서 대뜸 화분이나 난, 화환 따위 보낼 거면 절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화분, 난 따위 잘 키울 자신 없고 화환은 하꼬방만한 가게와는 안 어울리면서 분에 넘쳐서다. 시들어 죽어 버리면 치우는 게 또 일인데다 처분 비용도 만만찮아 더 덧정없다. 영특한 박의 즉답에 마음까지 부자가 된 듯했다.
- 난 나무 이런 거 안 보낸다. 필요한 거 얘기해 줘. 그기 제일 낫지 싶은데.
솔직해지겠다. 행여나 개업 축하 선물을 염두에 둔 지인이 계시다면 감사히 받긴 할 거다. 성의를 절대 무시하는 법이 없는 나니까. 대신 이왕 주시는 선물이라면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좀스러운 계산이긴 해도 그게 서로에게 수지가 맞지 싶다. 화환값을 예로 들어 보자. 암만 싼 화환도 5만 원을 호가한다. 화환의 유용성은 조폭 조무래기들이 도열하듯 가게 출입문 한 켠에 떠억하니 어깨 겯고 버티고 서서 신장개업을 떠벌이는 게 아니면 그 가게 주인의 인간관계를 은근히 자랑질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게 주인이 일하다 배고프다고 화환을 뜯어 먹을 게 아니면 다른 소용이 별무하다는 소리겠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영민한 지인이 가게 주인에게 유명짜한 빵집, 치킨집 기프티콘이나 할인점 상품권을 선물로 보냈다 치자.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마음에 무한한 감동을 느끼면서 가게 주인은 그걸로 일용할 양식과 물품을 구입할 것이고 만석꾼 살림인 양 든든해할 것이다. 그것들 덕분에 매달 지불해야 할 고정비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면 가게 주인 입장에서 이보다 더한 이점이 어디 있으며 증여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한 생색이 또한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바라건대 화분, 난, 화환은 개업 축하 선물로 사절이고 그 성의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담아 두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