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이 빠른 편인 나는 앞으로 가야 할 장사의 방향성을 '싸고 빠르게'로 잡았다. 부친의 모토인 '싸고 빠르고 정확하게'에서 '정확하게'가 빠진 건 아직 부친 발가락에 낀 때만도 못한 깜냥을 가진 어중잽이여서기도 하거니와 얄팍한 장삿속으로 암만 잘 포장해 떠벌인다고 한들 정작 당자가 용납하기 어려운 미완의 기술임을 어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경륜이 붙어야 고수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경지에 오를 것이며 구호 하나 더 붙인대도 부친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것인가. 장인의 길은 기약없이 멀기만 하다.
박리다매와 다다익선에는 장시간과 중노동을 요한다. 타겟 고객층을 중장년층으로 잡았으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뭔가가 꼭 필요하다. 부친은 그게 근면과 성실이라고 강조했고 체화하라고 강요한다. '힘이 부치도록 몸과 마음을 쏟아 부어라. 그렇게 명절을 최소 여섯 번은 나야 가게가 겨우 안착할까 말까다.' 손님이 들끓는 커트점으로 내몰아 일 년 넘도록 주말 알바를 시킨 부친의 속뜻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하드 트레이닝은 이렇게 시켜야 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부친이시다. 덕분에 개업한대서 쫄거나 망설이는 거 없이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개업과 동시에 적극적인 공세 모드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이를테면, 아침 8시 오픈하지만 그 전에 가게문을 열 공산이 크다. 근처 공원으로 새벽 산책 나가는 노친네들 눈에 들자면 새벽밥 먹고 나올 일이 잦을 게다. 저녁 7시30분 마감이지만 고객 한 명이라도 아쉬운 판에 정시 퇴근은 사치일 테니 9시 뉴스가 끝날 즈음 집에서 저녁밥 뜰 날이 또한 잦을 것이다. 그렇게 명절 여섯 번 날 시간을 참고 견디면서 내 영역을 구축해 나가겠지. 아등바등 사는 건 체질에 안 맞지만 기반 잡을 때까지는 나를 내려놓는 게 좋을 성싶다.
내일 가오픈하지만 가오픈이라고 해서 워밍업 삼아 설렁설렁 시간만 축낼 까닭이 없다. 손님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받아 취향에 맞게 커트하고 염색해 주는 그저 일하는 날의 첫날일 뿐 다른 의미란 없다. 동네에 뿌릴 전단지는 부친의 의중에 따라 눈에 확 뜨이는 원색으로 촌스럽게 만들었다. 커트 5천 원, 염색 7천 원, 두피마사지 3천 원. 요금은 간단하다. 전단지 디자인이 촌스러워 디다보고 요금이 싸니 한번 더 디다보면 궁금해서라도 가게 들르게 되어 있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부친의 주장이시다.
전단지로 개업 인사를 대신한다. 내방하시는 분들께 싸고 빠르면서 정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응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