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39)

by 김대일

기다림

성백원


매일 만나는 사이보다

가끔씩 만나는 사람이 좋다

기다린다는 것이

때로 가슴을 무너트리는 절망이지만

돌아올 사람이라면

잠깐씩 사라지는 일도 아름다우리라

너무 자주 만남으로

생겨난 상처들이

시간의 불 속에 사라질 때까지

헤어져 보는 것도

다시 탄생될 그리움을 위한 것

아직 채 벌어지지 않은

석류알처럼 풋풋한 사랑이

기다림 속에서 커가고

보고 싶을 때 못 보는

슴벅슴벅한 가슴일지라도

다시 돌아올 사랑이 있음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리라

(2014년부터 2년 간 부산 민락 포구에서 팔자에도 없는 포장마차 장사를 할 때였다. 남미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당숙 내외가 한국 물정 익히는 셈 치고 연, 운영한 지 채 1년도 안 된 조개구이 포장마차를 내가 인수했으니 고정 단골이 변변하게 있을 리 만무했다. 인수하고 처음 3개월 가량은 버는 날보다 허탕 친 날이 더 잦았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던 다른 포장마차들은 하나같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내 가게만 밤이 새도록 휑한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면 영혼 가출은 시간 문제다. 그때 처음으로 기다리는 게 죽도록 곤혹스럽다는 걸 피부로 체감했다.

결국 어제 첫날 마수걸이도 못하고 마감했다. 예상은 했다. 오픈은 내가 했지 잠재적 손님들의 마음까지 오픈일에 맞춰 동조할 리 없으니까. 하여 조급해하지도 말고 섣부르게 실망도 말자고 하루 종일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보다 더한 걸 8년 전에 이미 겪었으니 아무 것도 아니라며 가볍게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퇴근하는 전철 간에서 퍼져 널부러진 내가 가련하게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겨우 하루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시 속에 등장하는 기다림의 대상을 손님으로 치환하자 딱 지금 내 심정이다. 때로는 수만 마디 언사보다 한 편의 시로 너저분한 감정을 압축시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시가 달리 통찰력의 문학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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