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주인이 되고부터 변한 것

by 김대일

개업한 가게 구경하겠다고 찾아온 이용학원에서 알게 된 동료가 벽에 붙여 놓은 영업시간을 보더니 대뜸 '안 지겨우세요?' 하고 물었다. 나는 '전혀요!' 쩌렁쩌렁 대답했다.

물어볼 만했다. 출퇴근 시간까지 감안하면 가게에 매인 시간만 하루 중 절반을 훌쩍 넘기니 그 양반 입장에서는 떼부자 될 것도 아니면서 집 놔두고 웬 생고생인가 싶었을 게다. 솔직히 개업하기 전까지 나도 그런 마음을 품었었다. 부친의 강권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30분으로 영업 시간을 잡긴 했지만 출퇴근 왕복 2시간까지 감안하면 자칫하다간 가족들한테 하숙생 취급받기 딱이니까. 타의에 의해 수동적으로 매이는 것에 거의 병적으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두고 볼 일이었고.

알바할 때 근무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였다. 지금 내 가게보다 전철 역 두 코스를 더 가야 하는 거리였으니 출퇴근 시간은 지금보다 더 걸렸다. 알바할 때나 내 가게를 차린 지금이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여 거기서 거기다. 알바 시절 썼던 글 중에는 퇴근 시간에 히스테리컬하게 반응하는 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정각 7시에 맞춰 퇴근시키기는 고사하고 마감 정리하라는 핑계 대고 밍기적밍기적 이삼십 분을 더 지체시키는, 그렇다고 그에 걸맞은 일당을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원장이 얄미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열 시간이나 되는 근무 시간은 또 얼마나 지겨웠던가. 손님이 왕창 밀려와 염색 바르고 샴푸 시키고 염색 바르고 샴푸 시키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해 대는데도 시계 시침은 가는 길을 잊었는지 늘상 제자리인 것만 같고 하루 해는 또 어찌 그리 더디 넘어가는지 야속하기만 했다. 물리적 시간은 공간이 달라졌다고 해서 느리고 빠를 리 없으니 알바 때 근무시간 열 시간이나 내 가게에서 죽치고 있는 11시간 30분이나 지겹기는 마찬가지일 테고 가게 구경 온 동료의 물음은 지극히 타당하다.

헌데 아니더라. 가게 주인으로 탈바꿈하고부터 알바할 때 들던 염이 싹 사라지는 희한한 체험을 겪었고 계속 겪는 중이다. 출근해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시간은 빛의 속도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순식간에 지나가기 일쑤다. 가게 구석구석을 닦는 청소로 일과를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중식 때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 신경쓰다 보면 서녘으로 지는 해가 무심하다. 시간이 쏜살같다는 표현은 그러니 참이다. 지루할 새가 없다. 개업한 지 오늘로 딱 일주일째, 아직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는 가게에서 노심초사하는 시간마저도 후다닥이다. 슬쩍 인기척이라도 들릴라치면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 미어캣마냥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시간도 총알 같다. 가게라는 공간 속을 흐르는 시간의 꽁무니에 최신형 가속 엔진을 장착했는지 제멋대로 2배속, 4배속 질주는 예사고 그 놈을 저지하지 못하는 나는 속절없이 딸려가는 폭이다.

알바 가게 원장이 퇴근 시간만 되면 왜 그리도 쭈뼛거렸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장사 욕심때문만은 아니었을 게다. 하루가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간 게 마감하는 것도 주저할 만치 아쉬워서였고 겸사겸사 늦은 손님 왕림하면 매상 올라 짭짤해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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