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40)

by 김대일

오르막길

윤종신, 정인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한걸음/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오른다면


​한걸음/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난 견디겠어


​사랑해/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크게 소리 쳐

사랑해요/저 끝까지

(오늘은 시 대신 노랫말이다. 내 십팔번 목록에 편입시킬 예정이다. 따라부르기 좀 버겁기는 하지만.

윤종신 노래들이 대체로 그렇듯 쉽고도 그럴싸한 비유를 들이댄 노랫말이 애절한 발라드 풍에 올라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귓가에 쟁쟁 울리는 독특한 음색을 가진 정인이 부름으로써 감정은 증폭되고 노래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정인이라서 화룡점정인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이들이 <오르막길>을 커버했지만 성이 차지 않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지천에 깔렸어도 노래를 체화시켜 부르는 이는 드물다. 기교의 문제이기보다는 진정성의 문제라고 나는 본다. 노랫말에 담긴 정서가 가창자의 구절양장 같은 인생 역정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느냐 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오르막길>은 따라서 원곡을 흉내낼 순 있을지언정 능가하는 감동을 선사하긴 정말 어려운 노래다.

그런데, 진짜가 나타났다. 유투브로 보고 듣는 내내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망정이지 청승은 혼자 다 떨었다. 그만치 내 속을 사정없이 휘저었다. 정식 가수도 아니면서 <오르막길>의 정서를 정인보다 더 완벽하게 재현한 그는 감동 그 자체였다. 긴말 않겠다. 직접 들어보시라. 단, 방문은 꼭꼭 걸어 잠그는 게 좋겠다. 청승 떨다 주위 분들한테 구박받을 소지가 있으니.

유투브에 '이서환 오르막길'로 검색해보라. 가슴 먹먹한3분41초를 경험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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