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는 기별 안 넣고 형님은 소리 소문 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퇴근길에 들렀다고 했다. 5주에 한 번 깎는 편인데 마침 깎을 때가 됐다며 연습한다 여기고 부담 없이 깎아보라고도 했다. 이발사 눈으로 봤을 때 굳이 당장 안 깎아도 되는데 말이다. 염색을 안 한다는 형님은 두피마사지를 대신 받겠다고 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만 원짜리 한 장 건네면서 미국서 살던 버릇이라면서 나머지는 팁으로 넣어 두랬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왔으니 자주는 아니되 깎을 때 되면 들르겠다는 말을 가게 문을 나서기 전 끝인사로 남겼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지만 무척 말쑥한 곰살궂음. 그런 형님을 늘 닮고 싶었던 나다.
20분 남짓 머물렀지만 형님이 왔다 간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흐뭇함이 남는다. 반가운 마음에 찧고 까불고 싶었지만 그건 형님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다. 깔끔하고 담백한 면모가 돋보이는 형님을 위해서라도 내 태도는 앞으로 더 진중해야 한다. 아직 일천한 장삿꾼인 나를 위한 형님의 세심한 배려에 비할 바 못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