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날 영업을 끝내고 월 결산을 했다. 3/19 개업해 화요일 휴무 이틀을 뺀 11일 동안 커트 57, 염색 9, 두피마사지 9, 머리 샴푸 1(손님 대신 감겨 주면 추가 요금 2천 원을 받는다), 팁 2천 원이란 성과를 올렸다. 한참 계산을 하던 중에 부친에게서 연락이 와 결산 내용을 전했더니 첫 달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위로하셨다. 신장개업하고 대여섯 달은 손가락 빠는 날이 하루 건너 하룬데 이 정도면 시작이 괜찮다면서. 나 역시 의외라 살짝 놀라긴 했다. 바라건대 3월 손님 57명 중 절반만 다음달 다시 찾아 줘도 4월은 전달보다 훨씬 수월할 거이다. 문제는 내 기술에 대한 평판이겠다. 미용실하고는 좀 달라서 커트점을 찾는 남성들 거개는 이발사 솜씨에 대해 드러내 놓고 표를 내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내가 잘 깎고 있는 건지 어떤지가 가늠이 전혀 안 된다. 왔던 손님 다시 찾고 그 손님 입소문 듣고 다른 새 손님 꼬리를 물어 다음달 다음다음달 꾸준하게 늘면 대강 자리잡은 셈인데 말이다.
매달 1일 월세를 낸다. 자연스럽게 해당월 1일부터 말일까지를 결산 기간으로 잡는다. 비빌 언덕 없이 시작한 개업치고 첫달 385,000원 매출은 썩 나쁘지 않다. 하지만 월세를 맞춰야 하고 수도세, 전기세 따위 각종 고정비를 대자면 한참 모자라는 금액이다. 이럴 걸 예상해서 부친이 한 달치 월세를 벌충해 주셨지만 돈이 빌 적마다 손 벌리는 건 염치를 모르는 짓이다. 얼마나 벌어야 잘 번 걸까, 하고 전기 차단기를 다 내린 어두운 가게 한 귀퉁이에서 곰곰히 따져봤다.
매달 생활비랍시고 집사람한테 생색을 낼 금액을 에누리없는 2백만 원으로 잡고 거꾸로 역산을 해봤다. 월세와 고정비용, 약간의 비상금까지 엎은 총 매출액이 대강 나왔고 그 매출액을 일으키려면 한 달에 커트 500명, 염색 90명은 되야 한다는 통밥이 나왔다. 3월만 놓고 보면 커트와 염색 손님이 10배는 늘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루로 따지면 커트 20명, 염색 3~4명이 꾸준하게 들어와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500명은 박리다매에 의한 안정적인 생계 영위에 필요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부친 가게 하루 평균 커트 손님 3~40명 수준이 안착하기까지 7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부친 가게와 비교하는 자체가 가소롭지만 월 500명 목표를 이루려고 하면 7년까지는 안 가더라도 그에 맞먹는 인고의 나날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 훨씬 더 걸릴지도 모르고.
갑자기 막막해졌다. 개업 후 서너 달 동안은 버는 걸로 월세와 고정비를 충당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여겼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하염없이 이어진다면, 매출은 정체되고 나아질 기미라곤 보이지 않는다면 과연 얼마나 버틸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가게를 연 뒤로 처음으로 나는 비관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차라리 불이라도 켜뒀으면 나았을 텐데 어둠과 정적으로 괴괴한 가게에서 나는 자꾸 옹송그렸다. 별로 안 좋은 징조다. 조급증이 또 도진다는 신호라서. 조급하면 실수가 나온다. 실수가 반복되고 쌓이면 나를 믿지 못하고 경멸한다. 그러다 결국 손을 놓아 버린다. 여차직하면 덤벼들 태세로 내 가까이서 또아리 튼 채 두 갈래 혀를 낼름거리는 자멸이 그 음습한 미소를 보내는 듯하다.
계산할 거 끝내고 가게 문을 잠그고 얼른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잡생각을 떨치려고 전철을 탄 내내 음악 볼륨을 키우고 눈을 감았다. 늦은 저녁을 후딱 해치운 뒤 침대에 기어 들어가려는데 마누라가 개업 한 달 어땠냐고 물었다. 가게에서 계산한 대로 답해줬다. 그러자 놀라는 눈치다. 매출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힘 빠진 나를 위로하려는 건지 예상치 못한 매출액에 고무되어서인지는 몰라도 방으로 들어가는 내 귓구녕으로 한껏 들뜬 목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