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은 흥미로운 장르다. 나에게 한 장의 사진이란 사진가와 피사체, 사진 구도가 긴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빚어내는 이야기로 읽힌다. 하여 사진 속 영상은 정지되어 있음에도 깃들어 있는 사연들이 그 사진을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말 걸어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이 내뿜는 언어를 알아들을 때 사진의 진상은 보다 선명해지고 우리는 마침내 통찰력을 획득하는 것이다.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지난 주말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펜싱 시합이 있었다. 사브르 경기에 출전한 중3 여자애가 피사체다. 그녀는 부산 지역 2개 중학교 선수 4명이 출전한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세 번 지고 두 번 이겨 3등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복을 그대로 입은 채 그녀는 주경기장인 듯한 곳을 배경 삼아 포즈를 취한다. 하늘에 떠있는 뭉개구름과 관람석의 알로록달로록한 빛깔이 묘하게 하모니를 이뤄 뭔가를 응큼하게 암시하는 듯한데 맑고 밝은 색깔들의 조화는 그녀가 바라는 미래의 청사진 같기도 하다. 사진 정중앙을 점령한 그녀의 뒷모습에선 어떤 결기가 엿보인다. 스포츠 경기장을 배경으로 하고 펜싱복을 입었다는 점에서 펜싱이라는 종목에 임하는 무한한 경외심과 자긍심(일테면 드라마 속 나희도처럼), 펜싱이 그녀 인생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대단히 묵직하지만 더디나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