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쓴 칼럼을 읽고

by 김대일

MZ 세대라는 필자(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가 쓴 칼럼을 읽었다. <2030 세상보기-MZ 세대가 결혼하기 힘든 이유>(한국일보, 2022.04.09.)라는 제하의 내용인데 요약하면 이렇다.

결혼 적령기 MZ세대에게 결혼이 쉽지 않은 이유가 뭔지를 필자는 짧게 끝난 두 번의 연애 경험에 비춰 살핀다. 한 남자와는 같이 있으면 즐거웠고 '티키타카'가 잘 맞았지만 결혼하면 여자가 할 일, 남자가 할 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영 마뜩잖았던 모양이다. 이를테면 따뜻한 아침밥을 남편한테 꼭 챙겨주는 따위 고전적인 아내상을 운운했으니까. 하지만 전업주부로 살 것도 아니고 자신도 일하는데 왜 아침이 자기 전담이어야 하는지 필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단다. 게다가 메이크업하는 시간도 걸려서 아침에 더 바쁠 게 뻔한데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서로 맞벌이하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결혼 후 아내가 더 가정적이길 바라는 남성에 비해 필자는 자신의 커리어에 더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다음 만난 사람은 가부장적인 면은 전혀 없었지만 '너는 커리어 욕심이 많은데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고 필자는 고백한다. 이번에는 출산이 결혼할지 말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내용을 두어 번 정독하면서 드는 의문은 MZ세대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낸 칼럼으로써 일간지 오피니언의 지면을 차지할 만큼 타당하냐는 것이었다. 우선,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결혼 적령기 남녀 간에 견해 차이는 늘 상존했다. 내가 결혼할 무렵인 20여 년 전에도 가부장적인 남성과 커리어 지상주의 여성 간의 충돌은 심심찮았고 서로 티격태격하며 이견을 좁혀 가는 조정 작업 끝에 극적으로 타협하면 결혼했고 아니면 그길로 깔끔하게 갈라섰다. 또 필자가 목을 매듯 거듭 강조하는 '커리어'가 과거 직업 여성들도 요즘 못지않은 인생의 중요한 지향이었으되 필자처럼 결혼을 포기할 정도까지 상수로 자리잡은 건 아니었다. 아니 기혼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서 우뚝 선 커리어우먼이 더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고. 세상이 상전벽해한 지가 언젠데 '라떼는 말이야'만 연발하는 게 무지의 소치라고 들이대도 반박하지는 못하겠으나 필자의 사사로운 경험이 MZ세대의 결혼 기피 현상을 일반화시킬 만큼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했느냐는 점만은 심각하게 고려해볼 부분이다.

무엇보다 두 남성과 이별 당시 나눴다는 대화에서 느껴지는 불통의 이미지는 나로서는 좋게 봐줄래야 봐줄 구석이라고는 별로 없다. 칼럼 필자 단독적인 성향인지 MZ세대의 보편적인 인식인지는 모르겠으나(모르는 것 투성이다. 모르니 넘겨짚기 일쑤인 점 양해 바란다), 자기 기준에 안 맞으면 서슴없이 일도양단하는 태도가 거슬린다. 자기의 삶을 가장 최우선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자기애는 기성세대인 나도 배워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자기가 세운 기준이 타인과 대척된다고 해서 일말의 재고조차 허용하지 않는 건 자존감보다는 독선과 오만에 가깝다. 결혼이란 나와 나 아닌 남의 육체적 동거일 뿐만 아니라 정신의 유대를 의미한다고 나는 믿는다. 상극이라는 물과 불이 섞인다는 소릴 들어본 적 없듯이 배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었을 때 결혼은 성립된다. 그렇다고 결혼이 끝은 아니다. 설령 완벽에 가까운 사랑의 결실로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들 살아온 인생 역정이 판이한 두 사람의 인위적 결합에 틈이 안 벌어지고 불협화음이 안 생길 리 없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위기 상황에서 부부는 상대의 모난 데를 반질반질하게 갈 줄 아는 삶의 지혜를 체득한다. 이를 빗대 '부부는 닮는다'거나 '서로 맞춰 주며 산다'는 표현을 흔히들 쓴다.

커리어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우선인 사람이 그 커리어를 정중앙에다 놓고 결혼, 출산은 부차적으로 취급하겠다는 데 내가 무슨 주제에 어깃장을 놓을까만은 칼럼의 마지막 구절 중 '나는 앞으로도 결혼이 쉽지 않'다는 데는 동의하나 '우리 세대의 혼인율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확신이 든다'는 데는 불만이다. 누누이 지적하는 바 칼럼은 스스로 실토한 대로 차례로 두 남자를 만났으나 덜 사랑해 벌어진 필자의 사사로운 연애 실패담이지 MZ세대의 결혼 기피 현상을 대표하는 의견이 결단코 아니다. 칼럼이 시의성을 획득하자면 보다 보편적이어야 한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40814140005827


작가의 이전글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