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by 김대일

새 정부 1기 내각 장관 내정자들의 과거 글이 논란인갑더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결혼과 출산을 '애국'으로, 저출생의 원인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내용의 칼럼을 썼단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시킨 법률을 비난하고('3m 청진기'),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이라고도 했단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출산하지 않는 여성에게 징벌세를 물려야 한다는 '출산기피부담금 제도'를 거론했단다. 자신의 과거가 지워지기라도 하듯 그는 블로그에 올린 모든 글을 삭제했다나. 반페미니스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가짜뉴스를 버젓이 글로 쓴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듯 감싸면서 칭송했고 방사능 오염을 걱정해 일본 수산물을 먹지 않는 것은 한국인의 민감성이라고 주장했단다.(<여적-글빚의 무게>, 경향신문, 2022.04.13.)

칼럼 필자(도재기 논설위원)는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갚아야 할 갖가지 빚 중 글빚을 언급하면서 글이 비록 개인의 소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퇴행적인 견해로 세상을 오도할 수 있고 특히 대중을 상대로 쓴 글이라면 그 빚의 무게가 실로 무거우니 내정자들이 진정 양식 있는 전문가라면 응당 글빚을 갚으라고 점잖게 꾸짖었다.

전문인·지식인이 썼다고 하기에는 민망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글을 쓴 당사자들이 과연 그 글빚의 무게를 느끼기나 한다면 찌질하게 블로그 글이나 삭제하기보다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더 공인다울 테지만 둘러봐도 자기가 쓴 글에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칼럼에서도 밝힌 바 남이 써주지 않는 한, 글과 그 사람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글에는 그 사람의 역사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투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 쓰레기 글을 쓴 자들이 부처의 수장이 되어 쓰레기같은 짓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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