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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일요일(43)

by 김대일

나른한 오후

김광석


​아~ 참 하늘이 곱다 싶어 나선 길

사람들은 그저 무감히 스쳐가고 또 다가오고

혼자 걷는 이 길이 반갑게 느껴질 무렵

혼자라는 이유로 불안해하는 난

어디 알 만한 사람 없을까 하고

만난 지 십분도 안돼 벌써 싫증을 느끼고


​아~ 참 바람이 좋다 싶어 나선 길에

아~ 참 햇볕이 좋다 싶어 나선 길에

사람으로 외롭고 사람으로 피곤해하는

졸리운 오후 나른한 오후

물끄러미 서서 바라본 하늘


(철학자 김용석이 쓴 철학에세이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천년의상상, 2016)는 저자가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김광석이 우리에게 남긴 철학적 주제들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리 각자의 일상적 삶 속에도 깊이 배어 있고, 수시로 꿈틀거리며, 때론 거칠게 생동하는 것들이다. 그것은 삶의 한계로써 시간, 욕망과 사랑, 만남과 헤어짐, 편지의 생명 같은 인생 등의 주제들이란다.(알라딘 참고)

당신은 김광석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철학적 주제로 휴일의 나른한 오후를 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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