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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축전

by 김대일

임플란트한 잇몸이 며칠 전부터 살짝 욱신거리는 게 마음에 걸려 그제 토요일 밤 잠들기 전에 다니는 치과에서 처방해 줘서 쟁여둔 소염진통제를 먹었다가 다음날 새벽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복통에 놀라 잠을 깼다. 속은 아프지만 일하자면 끼니 거르기는 뭣해 시래기국에 밥 말아 겨우 한 술 떴는데 부대끼다 결국 다 토해 버렸다. 명치 끝에 바윗덩이를 얹은 양 묵직한데다 송곳으로 위장을 마구 찌르는 듯한 따가운 통증 때문에 전철역 향하는 출근길이 버거웠다. 한숨 자면 나아질까 전철 타자마자 고개 푹 떨구고 눈을 감았는데 눈 떠보니 도착 역이었다. 거의 혼절 상태로 온 모양이다.

아침 손님이 안 들어 망정이지 손님용 대기의자에 뻗어서 골골거리는 주인장 몰골을 봤다면 다시는 못 올 데라며 정나미 떨어지기 딱 안성맞춤이었을 게다. 섣불리 씹어 삼켰다간 속엣것 또 다 게워낼까 겁이 나 점심 거르고 물도 못 마셨다. 그러자 속은 난리법석 그대로인데 정신만은 좀 돌아왔는지 오는 손님 겨우겨우 받았다. 몸을 못 가눌 만큼 아픈데 장사가 대수냐, 그깟 복통 때문에 가게 문 닫았다간 장사 말아먹기 십상이다며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은 두 녀석이 불덩이를 품은 가슴을 부여잡고 기신기신하는 내 앞에서 서로 멱살잡이를 벌였다.

임플란트 심기 전 생이빨 뽑는 수술 이후 소염진통제로 똑같은 약을 처방받아 두어 번 복용했다가 아예 몸져누웠던 기억이 가리늦게 났다. 치과에서 처방하는 진통제가 유독 독하다는 소문을 듣긴 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다. 똑같은 약인데도 약발 대신 부작용부터 듣는 내 몸이 이상한지도 모른다. 아무튼 약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을 일찍 상기했더라면 그제 토요일 밤 입에 털어넣기 전 한번쯤 망설였을 텐데, 대책없이 저질러 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난 안쓰러운 걸까 미련한 걸까.

오후 6시가 넘어가면서 허기는 지고 기운까지 풀려 더는 운신하기가 힘들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마감하고 귀가하는 전철 간에서 이 글을 쓴다. 다음날 몸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미리 써두는 것이니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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