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무책임, 부조리가 후손들에게 생존의 위협으로 엄습하기는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인류의 종말이 아니길 나는 진심으로 기원한다. 어른이라고 불리는 우리 세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 때보다 더 이기적이고 사악한 욕망을 성장과 발전이라는 그럴싸한 미명으로 둔갑시켜 이 지구, 이 세상의 많은 것을 앗았고 버렸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전과 성찰 없는 진격은 역설적이게도 절멸의 순간을 앞당기고 내가 보기에 지금의 우리는 오늘만을 살고 말겠다는 근시안적인 망상에 휩싸인 성싶다. 그럴 거면 후손은 뭣하러 낳아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려 드는가. 이율배반의 극치 아닌가.
어른다운 데라고는 단 한 군데도 없는 내가 만약 어른 축에나 낀다면 최소한 내 아이들만이라도 그들의 눈에 비친 내 무책임, 무관심에 저항하고 불복종하며 제발 나를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길 바랄 뿐이다. 침몰하는 배에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선 구조선에 오른 기성세대를 무참하게 짓밟고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그들과 단호하게 단절하는 용단을 내리길 제발 바란다. 어른이 죽어야 너희들이 산다고 나는 외치고 싶다.
김누리 교수의 글은 가슴 속 양심을 일깨운다. <김누리 칼럼-불복종을 위한 교육>(한겨레, 2022.04.27.)을 읽고 내가 어른이라는 게 새삼 창피하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