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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일요일(45)

by 김대일

​별​

조철제


​가기 싫다던 대학/입시 공부를 해보니 의외로 잘 됐다./천문학과를 가겠다 했다./시인을 꿈꿨던 아이에게 잘 어울린다 여겼다./별이 되고 싶었다. 빛나는 인생이고 싶었다.


군대생활도/생각과 달리 적성에 잘 맞았다./여단장은 대령은 문제없다 했다./별이 된다 해도 군대생활은 싫었다./잡을 수 없다 할지라도, 마음속의 별을 향해 가리라.


직장생활도 꽤 잘했다./윗분들의 신임 속에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격변의 시기에 운 좋게도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회사의 별, 임원도 금방 될 것 같았다./하지만, 모든 게 한 순간


이젠/별 볼 일 없이 산다./별 볼 일 없이 사는 것도/별스럽지 않다.


​별

조위래


서울 밤, 하늘 위에 밝게 빛나는 것은/밝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 하더라


어두운 밤, 뚫고 빛나는 별인가 했더니,/진짜 별을 밤하늘에 묻은 채


가짜 빛을 보는 우리들/크게, 밝게 빛나면 별이라 착각했다.


정말 소중한 것들, 중요한 별들은 어둠에 갇힌 걸 모른 채/우린 가짜 진짜는 상관없이 빛만을 찾았다.


오늘 밤은, 빛이 아닌,/어느 깜깜한 하늘 안에 숨어 있는 별을 봐야겠다.


(같은 시제詩題를 두고 아비와 아들이 각자의 시상을 펼친 시들을 엮어 낸 시집에서 오늘의 시를 뽑았다. 아비와 아들이 시집을 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집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 아비가 친구이기도 해 내 시샘은 더하지만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과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함께 애쓰는 모습은 결과물의 호오를 떠나 뜻깊고 부럽기 그지없다. 고등학교 문예반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그 아비의 문학적 소양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아비 뜻에 자연스럽게 동조한 그 아들이라면 나라고 아주 가망이 없진 않겠는데...그냥 관두겠다. 암만 봐도 모계 유전인자가 더 우월하고 지배적인 종으로 자리잡은 집안에서 단순, 간단, 명료를 추구하는 어미 기질을 빼닮은 녀석들한테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을 게다. 차라리 아비가 펜싱을 배우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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