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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비극 저녁엔 희극

by 김대일

"○○가구점 사장 안 왔습디까?"

"선생님, 그리 말씀하시면 잘 모릅니다. 개업한 지 겨우 두 달인 데다가 제가 얼굴 익히는 데는 청맹과니나 다름없어서 ○○가구점 사장이라고 본인이 직접 말씀하지 않으면 알 방도가 전혀 없습니다. 근데 왜 그러시죠?"

"내 머리 이발한 거 보고 어디서 깎았냐고 물어봐서 여기라고 했더니 그 정도 실력이면 자기도 들러봐야겠다길래 말만 하지 말고 내 앞에서 강다짐하라고 했지."

"항생제가 몸에 안 받는지 속이 뒤집어져 하루 죙일 몸을 못 가누고 반실신 상태여서 마음까지 울적했는데 오늘 마지막 손님인 선생님 말씀 덕에 말끔하게 원기 회복됐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는 화요일 치과 가서 잇몸 치료하고 처방받은 약을 먹었더니 또 위장 장애를 일으켰다. 겔포스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가게 옆 약국 약사는 나하고는 궁합이 안 맞는 항생제라고 선고했다. 온종일 쓰린 배를 부여잡고 끙끙 앓았다. 그런 날일수록 평소보다 손님이 많다. 즐거워야 하지만 아프니까 자꾸 속상하고 울적했다.

정상적이었다면 누렸을 일상, 이를테면 일하는 보람, 돈 버는 재미 따위가 그저 번거로운 잡사로 치부되는 데 대한 노여움이랄지 안타까움이랄지 하여튼 복잡한 심사가 뒤틀린 속만큼이나 배배 꼬인 탓이리라. 그러다가 그 손님의 느닷없는 립서비스를 듣고는, 뭐랄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청량감, 희열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별일 아닌데 그냥 고맙고 행복했다. 비극으로 시작했다 희극으로 끝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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