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문고

by 김대일

또 떨어졌다. 연속 세 번째다.
나는 몹시 궁금하다. 뭐가 문제인지, 어떤 파트가 가장 약점인지. 헌데 매번 총점만 공개된다. 산업인력공단에 항의했다. 실기시험 과목 별 세부 점수를 알려 달라고. 뭐 때문에 자꾸 불합격인지 원인을 알아야 다음 시험에 대처할 것 아니냐고. 헌데 돌아오는 답은 '불가'였다. 세부 점수를 알려 주면 수험생들의 자기 점수에 대한 이의 제기가 폭증할 거란 이유로. 석연찮았다. 평가 기준에 맞게 채점을 하는데 이의 제기라니? 혹시 평가관의 채점이 공정하지 못하고 투명하지 못해서인 건 아닐는지.
이번에는 꼭 알고 싶었다. 내가 불합격한 까닭을. 불합격을 합격으로 바꾸라는 요구가 아니다. 지난 시험보다 점수가 왜 더 낮게 나왔는지, 일 년 가까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는데 자꾸 퇴보하기만 하는 그 이유가 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진절머리가 난다. 다람쥐가 챗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불합격 테두리 안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칠 지경이다. 마치 나만 모르고 다들 아는 불합격을 위해 삼 개월마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듯한 더러운 예감.
그래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일주일 안에 답이 온다지만 큰 기대는 없다. 대신 내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민원의 문을 두드릴 거다. 나는 합격을 하려고 시험을 보는 거지 심심풀이로 시험을 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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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올해 오십 세인 남성입니다.
나는 지난 2020년 3회차부터 2021년 1회차까지 부산에서 치뤄진 이용사 실기시험에서 연속해 3번 불합격되었습니다. 합격 커트라인이 60점인데 내가 받은 점수는 46점, 59점, 50점입니다.
이용사를 직업으로 삼고자 작심하고 뛰어든 건 작년 7월로 햇수로는 벌써 이태가 됩니다. 학원비, 가발비, 각종 이용도구 구입비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으나 내일을 위한 투자라고 여기면서 많이 참았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실기시험에서 낙방하자 낙담도 낙담이거니와 시험 쳐봐야 또 떨어질 거라는 열패감만이 팽배해졌습니다. 과연 무엇 때문에 나는 이용사 실기시험에 회의적일까 곰곰 따져보니 시험을 치를 적마다 들던 채점에 관한 '불투명성'과 '비객관성'에서 기인한 바 커서 이를 민원으로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제기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실기 시험 점수를 총점만 공개하고 왜 과목 별 세부 점수는 공개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총점만 공개하다 보니 불합격한 수험생은 어느 과목에서 실력이 얼마나 모자라는지 가늠을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점수를 잘 받는 과목보다는 못 받는 과목에 보다 집중해 연마함으로써 합격에 가까워지려는 건 수험생의 당연한 생리임에도 세부적인 내용을 모르니 다음 시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부 점수를 공개하시오!
점수 공개 문제는 또한 평가관이 과연 투명하고 공정하게 채점을 매기는가 하는 인물의 자질 문제로 불똥이 튀깁니다. 평가관이 시험 기준에 맞게 제대로 채점을 했다면 세부 점수를 공개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명확하고 투명한데 뭐가 겁나겠습니까? 하지만 평가관 본인의 주관적인 감이나 편향된 기준에 의존한 평가로 인해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공단이 세부 점수 공개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거라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야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객관성을 계랑화하기 어려운 이용사 실기 시험의 특수성 때문에 과목 별 세부 점수가 공개될 경우 수험생의 자기 점수에 대한 이의 제기가 폭증할 거라 염려하는 공단 직원의 설명을 들었지만 그건 공단의 핑계일 뿐입니다. 평가관이 규정에 따라 적확하게 채점을 하고 그러한 자신의 태도에 자신만만하다면 세부 내역 공개에 뭐가 거리낄까요? 평가관의 개인적 취향이나 시험 당일 기분에 따라 시험 결과가 결정나고, 절대평가임에도 합격자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예를 들어 합격자 비율을 40%로 정한 뒤 10명 응시하면 4명 합격시키는 식) 그 수에 맞춰 점수를 배분시키는 실질적으로는 상대평가로 당락을 결정한다는 소문은 이용사 실기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도는 기정사실로 통합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추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산 지역 이용사 실기 시험 평가관들의 이력 및 자격을 공개하시오!
내가 지난 세 번에 걸쳐 받은 점수를 주욱 나열해 보면 편차가 굉장히 심합니다. 46점, 59점, 50점. 시험에 떨어지면 다음 시험 합격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또 수험생 개인이 갖춘 실력이라는 게 어떤 시험에서는 확 떨어지고 어떤 시험에서는 괄목할 만큼 빼어날 정도로 들쭉날쭉한 게 아니고 그 사람의 역량 수준에 대체로 수렴하기 마련입니다. 시험 당일 컨디션이 아무리 저조했다 한들 지난 번 시험에 59점 받은 자가 이번 시험에 50점을 받는다는 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변입니다. 40점대 후반 점수를 받던 사람이 합격에 불과 1점 모자라는 점수로 아깝게 불합격한 것도 썩 자연스럽진 않아 보이긴 마찬가지지만.
재차 강조하는 바, 실기 시험 채점이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느냐는 거고 거리낄 게 전혀 없다면 공단 입장에서 세부 점수 공개에 난색을 표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돼먹잖은 핑계 대지 말고 세부 점수를 공개하시오! 그리고 시험을 참관한 모든 평가관들이 평가관으로서 자격을 갖춘 인물인지, 평가관들이 평가 기준을 준용해 제대로 채점을 했는지를 전수 조사하시오! 최소한 내가 시험을 치른 부산 지역의 2020년부터 2021년 시험만이라도 조사하시오!
둘째, 이용사 실기 시험을 준비할 때마다 드는 비용이 얼만지 공단측에서는 계산해 본 적이 있습니까? 사람 머리를 원재료로 하는 가발 구입비용은 시험용으로 쓰는 통가발이 통상 개당 7~8만 원, 덧가발이 3~4만 원 선입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덧가발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시험 대비해 열 개 이상은 구입해야 합니다. 집에서 가발을 깎을 엄두가 안 나니 학원에 가서 연습을 해야 하고 영리를 도모하는 학원이 선심을 써서 무료로 공간을 제공할 리 없습니다. 그밖에 염색약 따위 시험에 꼭 필요한 물품 구입비용까지 합하면 분기에 한번 치르는 이용실기 시험에 일백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건 예사입니다. 시험에 연거푸 떨어진 수험생들 입장에서 대단히 부담스럽습니다. 민원 신청 관련해 산업인력공단 직원과 통화를 하던 중에 경제적 부담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았더니 돌아오는 답이 '당신이 선택해서 나가는 돈인데 왜 우리 보고 그러느냐'는 식이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자의로 이 길을 선택했는데 그 비용을 남에게 전가시키는 건 참으로 고약한 심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도 되도 아닌 말로 억지를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국가자격이라는 이용사 자격증을 아득바득 따서 먹고 살 길을 모색하려는 수험생들 대다수가 경제적 형편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 것이며 오죽하면 육체노동으로 고단할 이용사 자격증이겠습니까? 막말로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이용사 자격을 따려고 아등바등하겠습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각자가 선택한 이용사의 길이라 할지라도 자격 취득에 있어서 산업인력공단이라는 이름의 국가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고와 애환을 이해해 주긴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재료비를 지원해 달라거나 합격률을 높여달라는 식의 요구가 아니고 말입니다. 유독 부대경비가 많이 드는 이용사 자격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불합격 이후 걱정하고 곤혹해하는 경제적 곤란이나 심리적 압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만 있다면 함부로 합격/불합격 잣대질은 하지 않을 겁니다. 하여 실기 채점 시에 보다 더 신중하고 적확해야겠다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겠느냐는 게 내 생각입니다. 달리 역지사지고 배려겠습니까?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혹시 합격자를 성비나 연령 따위로 가려 뽑는 건 아닌지 합격자 통계를 제시하시오! 상대적으로 동작이 굼뜨고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장년층이 팔팔한 청년층과 경쟁하면 어느모로 보나 열세인 건 당연합니다. 한 살이라도 덜 먹은 사람일수록 더 빨리 배우고 배운 걸 더 잘 더 빨리 소화시킨다는 건 상식입니다. 어린애가 바이링구얼을 더 잘 더 빨리 구사하듯 말입니다. 그럼에도 객관성이라는 가위로만 수험생의 능력을 재단하려 들다 보면 그것이 또 다른 편향과 편파를 부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오십 먹은 한 집안의 가장이 자격증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고 심리적 압박감에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건 누가 봐도 한참 이상하고 잘못된 꼴입니다.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산업인력공단은 혹시 성비, 나이, 연줄 따위로 합격자를 차등 선발하는 건 아닌지 부산 지역 2020년~2021년 합격자 통계를 내서 제시하시오! 만약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 합격자 수가 월등하다면 그 이유를 적시하되 그것을 단지 객관성이라는 이유로 포장하려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명백한 차별행위로써 나는 절대 묵과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내 민원이 대단한 반향을 일으킬 걸로는 기대하지 않지만 자격시험 관련자들에게 작지만 결코 허투루 다루지 못할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거나 다름없겠습니다. 수험생은 그 알량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석 달에 한 번 있는 시험에 진력을 다 기울입니다. 거기에는 금전, 물질적인 투자까지 동반됩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최종 점수라며 달랑 던져 주고는 합격/불합격 잣대질만 해대는 당신네들(산업인력공단 포함 시험 관련자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내 민원에 대한 납득할 만한 답이 돌아올 때까지 당신네들에게 내 뜻을 계속해서 밝힐 작정이오. 이건 자격증에 관한 문제로 국한할 게 아니고 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란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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