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무일이다. 잇몸 염증이 가라앉아 떨어져 나간 크라운 치아를 원상복귀시키려 치과를 가야 하지만 다음 주로 미뤘다. 올해 초 정기검진 받았던 병원에서 상태의 호전 유무를 체크하자며 재검사를 권했지만 지난 주 약만 더 타고 다음으로 미뤘다. 지난 주로 올 상반기 모친 병원 볼일은 다 봤고 8월 중순에나 CT촬영 차 들를 예정이다. 두 주에 한 번 꼴로 가발 세척하러 가야 하는데 지난 주 모친 모시고 정기 외래 차 병원 들르는 바람에 삼 주만에 가발 가게가 있는 서면으로 출타하는 것 말고는 오늘 다른 일정은 없다. 아니 더는 안 잡았다.
휴무일을 정의하면 무위無爲와 막걸리와 잠이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평일에 쉬니 평일에만 처리해야 할 일이 솔찮다. 부모님을 대신해 병원으로 공공기관으로 볼일을 본다거나 하다못해 마누라 명의로 구입한 중고 모닝 자동차 정기점검까지 다 평일에 쉬는 내 몫이다. 그러니 쉬는 날이 더 바쁠 때가 허다하다. 서두른다고 서둘러도 오후 서너 시가 지나서야 제 집 식탁에 퍼져 앉아 막걸리와 안주를 곁들인 조촐한 주안상을 차린 뒤 겨우 홀가분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동하면 두 병까지 마시지만 근자에는 반만 마시다 두 병째는 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멍하니 혼술을 즐기다가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즈음 내일 가게 나갈 생각에 후딱 잠자리로 기어 들어간다. 밤 열한 시 취침 오전 다섯 시 십오 분 기상이 일상이 되었으면서도 쉬는 날 초저녁에 잠자리 들 때의 묘한 쾌감은 거의 오르가슴이다.
은근히 부산스러운 기질인 내가 일주일의 하루만이라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무위의 욕망으로 가득 찬 이유는 장사치 물이 아직 덜 들어서인 게 분명하다. 쉬는 날에도 마음이 콩밭이 아니고 가게에 가 있으려면 장사에 얼마나 이골이 나야 할까. 그 정도로 재미가 붙었다는 건 장사하는 재미, 곧 매상이 쑥쑥 올라간다는 소리겠지. 가게 문만 열었다 하면 돈을 갈쿠리로 쓸어담을 만큼 호황을 누리는 게 장사하는 참 재미일까. 그래서 남 부럽지 않을 부자가 되면 성공한 인생이고 아무 것도 안 하는 짓이 가장 경멸스러운 나태일까. 그런 경지에 썩 오르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지 간에 오늘은 즐거운 휴무일이고 영화배우 유해진이 등장했던 어떤 광고의 카피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내 마음을 고대로 드러낸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