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육대회에 임하여

by 김대일

5/28부터 열리는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펜싱 사브르 여자 단체전 부산 대표로 참가하는 막내딸이 어제 구미로 떠났다. 5/31 폐막해야 부산으로 돌아온다니 다음주 화요일 되서야 녀석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게다.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선수로 참가하기는 녀석이 유일무이해서 가문의 영광이라고 농 삼아 지껄여댔지만 녀석이 무척 자랑스럽다. 비록 여자 사브르 종목 선수라고는 동아리 성격이 짙은 해운대 지역 중학교 두어 군데 팀 대여섯 명이 다인 데서 뽑히긴 했지만 어쨌든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다. 그러니 대표라는 대표성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게 선수로서 가져야 할 덕목임에 분명하다. 대회 출전을 앞둔 근자에 야간훈련이 이어지면서 늦게 귀가하면 얼음 찜질에 파스를 붙인다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전장에 임하는 장수의 비장함 비스무리한 걸 녀석의 얼굴에서도 읽을 수 있어 기특했다. 모든 선수들은 입상을 전제로 훈련하고 녀석 또한 말은 안 하지만 전국대회에서 입상이나 입상에 준하는 성과를 거두기를 내심 바랄지 모른다. 그런 바람이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겠다만 막내딸이 처음 펜싱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아비인 자가 초지일관 주문한 건 '이 순간을 즐기고 스스로에게 뿌듯해하라'여서 승패에 연연해하는 건 별로 달갑지 않다.

중학교 입학해서까지 숫기 없이 순하디 순해 늘 주눅 들기 일쑤였던 녀석한테 언젠가 반전의 계기가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펜싱에 온 정성을 기울이자 크게 안심했다. 드디어 녀석은 자기한테 더없는 자긍심을 느낄 것이고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던 자기 미래에 진중한 영감을 얻을 거라는, 하여 펜싱이라는 스포츠에 담긴 순수한 열정을 일상에까지 투영해 매일매일을 뜻깊은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 행복해하고 뿌듯해하는 모습에서 학구열에 불타는 책상물림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매력적인 자화상을 절반은 구축한 셈이라 나는 안도했다. 녀석 말로는 예전에 나간 부산 대회에서 3등으로 입상(네 명 참가해 동메달을 땄지만 어쨌든 입상은 입상이다)한 전력 덕에 여자 사브르 팀이 있다는 부산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입학이 무난하다고 하니 나머지 절반은 내년 이후에 완성될 공산이 크다.

아비와 어미가 제 나이 또래였을 적과는 상전벽해인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분명 있다. 그건 자식은 부모의 종속물이 아니라는 것, 동등한 입장에서 자식은 자기가 즐거워하고 진심으로 바라는 인생의 길을 스스로 탐색해야 인생을 후회없이 사는 길이라는 것, 부모란 그런 자식을 위해 있는 살림 없는 살림 거널내고도 금고 바닥이나 벅벅 긁는 대신 네발자전거의 보조 뒷바퀴처럼 자칫 흔들릴지 모를 자식의 중심을 잡아주는 정서적 후원자가 되어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점점 두발자전거로 갈아타려고 용쓰는 막내딸이 용하고 기특하면서 사랑스럽다. 딸바보임이 분명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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