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역설

by 김대일

작심삼일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란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힘든 일을 시작할 때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이 세로토닌이란 녀석은 72시간 정도만 분비가 지속돼 3일이 지나면 포기하고 싶어지게 된다고 한다. 본래대로 돌아가는 게 정상이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작심삼일이 우리의 의지 박약에서 비롯되었다고 자책하고 그 의지를 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부산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교육인은 한 칼럼에서 애당초 의지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그 무엇이며 본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한신의 배수의 진背水陣​, 항우의 파부침주破釜沈舟를 들먹거리면서 인간의 행동은 의지보다 상황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환경은 의지보다 조절하기 쉬우므로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는 것 또한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위 환경이나 시대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는 말이다. 나의 작심을 공개해버림으로써 사회적 압력을 자초하는 것도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끌고 가는 벙법이다. 자의든 타의든 고난이 축복이라는 건 우리 인생 최고의 역설이다.(조갑룡, <세상읽기-인생 최고의 역설>, 국제신문, 2022.06.15.에서)

새벽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 귀가해서는 고봉밥 먹어 치우고 곧장 잠자리에 드는 일상이 이어지자 몸이 자꾸 삐걱거린다. 등짝에 착 달라붙어 꿈쩍도 안 하는 피로감은 잠을 많이 자고 맛난 음식을 게걸스럽게 처먹어도 쉬 달래지지 않는다. 피로가 가중되니 사람이 무기력해진다. 점방 일 말고는 만사가 귀찮고 따분하며 지겹다. 이러면 곤란해져서 활력을 충전할 특단의 무엇을 궁리하다가 노는 날만이라도 집에서 가까운 산을 오른다거나 해운대를 낀 갈맷길을 걸어볼 결심을 했다. 일주일의 하루라도 몸을 좀 세게 굴리면 나아지려나 싶어서였다.

그제 노는 날, 늦잠까지 반납하고 평소처럼 새벽 5시 즈음 일어나 산을 오를까 갈맷길을 걸을까 고민을 하는데 장맛비를 방불하는 비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을 보니 금방 멎을 비가 아니었다. 회사까지 바래다 달라는 마누라을 차에 태워 팔자에도 없는 아침 드라이브를 즐기는 걸로 특단의 그 무엇은 종을 쳤고 애들까지 제 갈 길들로 다 가버린 집에 덩그러니 혼자서 식은밥을 먹은 뒤 냅다 자버렸다.

밖으로 몸뚱아리를 내몰아 좀 건강해지려는 나의 의지는 속절없이 빗물에 씻겨 허사가 되어 버렸다. 부산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교육인은 뭔가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으려는 의도로 칼럼을 썼겠지만 그걸 읽는 나는 인생 최고의 역설을 노렸으되 오후까지 퍼진 것도 모자라 저녁 먹고 또 이불 속으로 직행한 게 내 박약한 의지 탓인지 하늘이 전혀 도와 주지 않은 날씨 탓인지 가린다고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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