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나 스팸 번호를 감지해 알려주는 앱을 깔아서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보이스피싱' 번호임을 알아챘다. 안 받으려다가 도대체 무슨 말로 사람을 홀릴까 호기심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대뜸 내 이름을 들먹이자 공포스러워졌다. 어리석게도 나는 "예예"하며 응답했다. 본인임을 확인했다는 듯 뜸을 들이더니 이내 전화가 끊겼다.
더 황당한 건 뒤이은 나의 행동이었다. 구애자의 목소리를 갈망하는 양 보이스 피싱 목소리와 애가 타게 재통화를 시도하는 게 아닌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주체할 수 없는 께름칙함이 나를 장악해 버려 통제불능이었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아는 자들이면 그것보다 더한 걸 모를 리 없다는 짐작이 침착이랄지 이성을 모두 쓸어 가 버렸다. 내 신상정보를 악용해 나와 내 가족들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서 더 안절부절못했다. 불안이 더 큰 불안을 낳고 쓸데없는 망상으로 심지가 점점 허물어져 가는 더러운 느낌, 아 이래서 당하는 건가.
애시당초 받지 말아야 할 전화를 가리고자 앱을 깐 건데 괜한 짓 해서 우환을 자초한 내가 미련스러웠다. 마누라, 아이들, 부모님께 걸려왔던 보이스피싱 전화번호를 알리고 혹 내 이름을 들먹거리면서 생뚱맞은 소리를 하면 보이스피싱인 줄 알라고 주의를 줬지만 정작 나는 여전히 찜찜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 내 신상정보로 무슨 수작을 부릴지 염려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잠재적 피해자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게 수법이라면 그들은 나에 대해서 뭘 더 알까. 전혀 모르는 타인이, 그것도 범법을 일삼는 불순한 자들이 내 턱밑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듯해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오금이 저린다. 별일 없겠지?
참고로 검경찰사칭 보이스피싱 의심된다고 경고한 그 번호는 010-6891-1393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