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어제 저녁도, 그제 저녁도, 무더워지면서부터 하루 한 끼는 무조건 냉국수를 먹는다. 직접 미역과 오이, 양파를 넣어 만든 냉국을 육수 삼아, 혹은 슈퍼에서 파는 찬 멸치육수를 붓고 대충 삶은 뒤 차게 한 콩나물을 고명 삼아 냉국수를 목구멍으로 들이붓는 게 여름이란 계절이면 으레 행하는 내 일상이다.
국수는 맛있으면서 간편하게 배를 불리는 음식이다. 면발로 한가득인 그릇을 보는 것 자체로 포만감에 한 번 젖고 국물까지 말끔히 비운 뒤 느끼는 진짜 포만감은 한두 시간이면 금세 꺼질, 이를테면 한여름밤의 꿈 같지만 그게 잠시 잊었던 먹는 맛, 사는 맛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다만 국수로도 웅숭깊은 시를 쓰는 시인처럼 나도 국수로 근사한 뭔가를 표현하고 싶지만 그 놈의 글발이라는 게 시원찮아서 이렇게라도 남의 시에 빗대서 같잖게 몇 줄 끼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