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로 출근하는 새벽 전철, 돌연 문자가 왔다. 신새벽이나 한밤에 오는 문자는 썩 반갑지 않은 비보가 대부분이라 껄끄럽다. 문자함 열기가 싫었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누가 무슨 일로 보냈을까. 옆 가게 국수집 여자 주인 문자였다. 급한 일이 생겨 시골 가는 중이라면서 재료상이 오늘 가져올 간장과 단무지를 좀 보관해 달라는 부탁조였다. 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문자가 연거푸 날아왔고 그것도 모자라 '이 아름다운 계절에 당신에게 기적 같은 일들만 가득하시길'이라는 문구가 거꾸로 생긴 하트와 한 조를 이룬 그림 파일까지 날아오기에 이르렀다. 과유불급이랬지만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았다.
며칠 전 옆의 옆 가게 치킨집에 들어갈 세제 통을 맡아달라고 택배 기사가 애원했다. 치킨집 주인이 연락이 안 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면서 말이다. 아, 치킨집 사장은 오후 느지막이 문을 열어 저녁 장사를 한다. 홀 영업 대신 배달 위주 장사만 해서다. 하긴 아침부터 치킨 배달 시키는 사람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흔한 일도 아니니까. 아무튼 치킨집 젊은 남자 주인은 겸연쩍게 들어와서는 모기 뭐만 한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인사치레를 한 뒤 말통을 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 것까지 며칠 간격으로 물품 보관소가 따로 없는 내 점방인 셈이다.
문득 드는 생각. 그들한테 내가 부탁할 게 생기면 그건 뭘까? 내 일이라는 게 뭘 만들어 파는 일이 아니니 들어갈 게 없어서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뭘 맡겨 달랄 게 별로 없어서 정말 불가피하지 않는 한 아쉬운 소리일랑 가급적 안 꺼내는 게 좋겠다고 다져 먹는다. 너무 가까운 척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