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속상했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자

by 김대일

실험은 생쥐 우리에 더 사나운 쥐를 침입시켜 다른 쥐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실험 시작 뒤 한 시간 정도 쫓겨다닌 생쥐는 침입자가 사라진 후 곧 잠들었고,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잤다. 연구진은 사나운 침입자가 정말 스트레스를 유발했는지 검증했다. 사나운 쥐에게 쫓겨다닌 정도의 거리를 운동 삼아 달리게 한 경우, 그리고 온순해서 서로 쫓아다닐 필요가 없는 생쥐를 우리에 넣어준 경우를 비교해 살폈다. 이럴 때는 생쥐가 잠을 일찍 자지 않았다. 생쥐는 정말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잔 것으로 분석됐다. (최한경 뇌과학전공 교수, <신경과학 저널 클럽-오늘 속상했다면…자꾸 되뇌지 말자, 대신 일찍 잠자리에 들자>, 경향신문, 2022.07.11.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일찍 자는 게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로 인한 나쁜 감정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기사의 일부를 옮겨 봤다. 사람의 스트레스 대처법이 생쥐의 대처법처럼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가급적이면 지난 기억을 되짚는 일은 빨리 끝내고, 낮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을 알아서 정돈해 주는 잠의 힘에 기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맺음말에서 불현듯 마누라가 떠올랐다.

나도 다혈질이지만 나보다 더 불뚝성질인 마누라다. 마음에 안 들면 일단 버럭 질러놓고 보는 건 부부가 어슷비슷하지만 야누스의 두 얼굴인 양 태세 전환이 빠른 마누라가 뒤끝이 없이 쿨해 보이는 데 반해 조금이라도 앙금이 남아 있으면 금세 표가 나는 나는 늘 못난 놈으로 비친다. 마누라가 그럴 수 있는 건 다름아닌 잠 때문이다. 유난히 잠이 많은 마누라는 잠들기 전과 자고 난 이후가 확연하게 다르다. 지난 밤 못 잡아먹어 안달을 부렸는데도 한숨 거하게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딴사람이 된다. 앵앵거리는 콧소리로 '여보'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 말 다한 거다. 스무 해 넘게 한 이불 덮고 잤어도 그런 돌변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가끔 아주 가끔씩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다. 이왕 부부싸움 세게 붙을 참이면 잠 자기 직전이 가장 적당한 때라고. 각자가 속에 담아둔 응어리를 실컷 쏟아붇고 그길로 이불 속에 기어들어가면 싸워서 생기는 스트레스 걱정은 덜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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