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를 보려는 욕망

by 김대일

개인 전시회까지 연 아마추어 사진가인 조가는 사진을 제법 잘 찍는다. 특히 흑백사진은 운치가 자못 깊다.

책을 낸다고 했을 때 활자만 보이면 밋밋하다고 제 사진을 아무 조건 없이 수십 장을 건네준 고마운 친구다. 책에 수록한 걸 빼고 남은 사진은 여전히 내 외장하드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한때 조가가 제 블로그에 촬영한 사진을 게시하면 그 감상을 댓글로 다는 재미를 들였더랬다. 평범한 일상 속 대상에 제 느낌을 투영시킨(그게 피사체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진을 보면서 나는 나대로 마치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양 제멋대로 품평을 늘어놓곤 했다. 기분이 썩 좋잖았을 녀석이 '니가 사진을 알아'하고 면박을 줄 만도 한데 예나 이제나 녀석은 수더분하다. 어쩌면 중학교 시절 베껴 쓴 시를 돌려보며 함께 어쭙잖은 문학도 흉내를 내던 동지애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녀석을 통해 사진의 매력에 빠진 나는 한번은 이렇게 끼적거렸다.

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가 프레임에 격납되어 있다. 사진은 실체의 진실을 표방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작과 왜곡이 판을 치고 실체와 허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본연한 본질은 절대 부정되지 않으니 내가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진의 미덕은 핍진성이다. 사진은 객관적이라는 꼬리를 달고 있다는 발터 벤야민의 표현처럼.

피사체의 적나라한 사실성에 열광하면서도 그 대상에 숨겨진 이면에 주목하고 싶다. 암호를 해독하듯 사진이 함축한 또 다른 진실을 찾아보려는 시도로 나는 늘 조바심이 나지만 즐겁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내가 사진을 보는 진짜 이유이다.

조가의 사진을 새삼 꺼내 보다가 자랑 삼아 몇 장 올린다. 역시 흑백사진은 운치가 깊다. ​


작가의 이전글오늘 속상했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