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56)

by 김대일

​여승女僧

백 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이른 아침, 집 앞 우체국을 지나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젊은 여승을 봤다.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쓰려는 그녀의 얼굴에 그만 넋이 나갈 뻔했다. 해사한 얼굴은 잘 영근 복숭아를 닮아 참 고왔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젊은 나이에 구족계를 받은 비구니가 된 걸까. 가던 길 돌아서 말 걸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한참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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