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by 김대일

지난 토요일 첫 손님은 소문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내 점방을 들른 동네 이웃이 깔끔하게 잘 깎아주는 '가성비 갑' 커트점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나 보다. 이런 입소문은 참 듣기 좋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의 첫 글자를 딴 조어다.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낸다(위키백과).

며칠 전 퍼머 머리를 한 중년 남자가 커트와 염색을 해달랬다. 머리카락이 갈색빛을 띠길래 이전에 컬러염색을 했었냐고 물었다. 새치염색밖에 취급하지 않아서 실컷 염색을 해줬는데 원하는 색이 아니면 낭패라서 미리 물어본 건데 정작 손님은 내가 뭘 물어보는지조차 모르는 성싶었다. 이전에 제 머리를 물들인 염색약이 컬러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말이겠다. 대신 그는 미장원에서 퍼머하고 염색 하는 데만 8만 원씩이나 들었다면서 집에서 놀고 먹는 사람한테 너무 부담스러운 게 아니냐며 갑자기 하소연을 쏟아냈다.

두상이 역삼각형에 뒷머리가 절벽같이 밋밋한 게 컴플렉스라 미장원에서는 볼륨감을 살릴 수 있는 퍼머와 젊어 보이는 염색을 추천했단다. 새치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층은 본인의 확고한 취향이 아니면 컬러염색을 선호하지 않는다. 염색하는 법이 간편하고 컬러염색에 비해 절반 이하 가격인 게 새치염색의 장점이자 커트점에서 새치염색을 주로 취급하는 이유다. 염색에 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이들은 그게 컬러염색인지 새치염색인지 구분없이 남이 해주는 대로 맡긴다. 퍼머 4만 원에 염색 4만 원 요금을 청구한 미장원이 바가지를 씌운 건 아닐 테지만 머리 깎는 주기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남자임을 고려한다면 손님 위주로 접근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살짝 아쉬웠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번 하고 말 이발이 아닌데 갈 데마다 8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손님의 하소연에 나로서는 퍼머보다는 뒷머리는 살리면서 짧은 상고머리로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컬러염색 대신 갈색빛이 도는 새치염색으로 바꾼다면 내 점방 기준으로 2만원( 커트 5천 원+고급염색 1만 5천 원)이면 충분하니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거라 권했다. 커트와 염색을 마친 손님은 2만 원을 지불했다. 다음에 다시 들르겠다는 확약은 안 했지만 그 정도 요금이면 다시 안 올 이유가 없다면서 가게 문을 나섰다.

손님이 좀 늘긴 했다. 고공 상승하지는 않지만 그래프가 서서히 우상향을 향해 갈 것 같은 느낌은 든다. 더 고무적인 건 깎고 난 뒤 손님들 반응이다. "이래 받아가 되나? 내가 다 미안하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커트값 5천 원을 건네는 손이 무안할 만큼 만족스럽다는, 서비스와 가격의 현저한 괴리가 황송하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걸로 나는 받아들인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점방이 돌아가는 듯해 흐뭇하다. 가성비 좋은 커트점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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