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날 심심해서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다가 메모장 앱에 6년 전에 기록해뒀던 속담들이 눈에 뜨였다. 속담의 특징이라면 관용적이고 비유적이며 풍자적이면서 교훈적이다. 거기에 적당히 투박하고 읽는 맛이 구성지며 상황 묘사가 절묘하다. 같은 의미라도 밋밋한 표현을 속담으로 대체하면 말맛이 살아나고 의도한 바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속담이 요즘 글쟁이들한테는 별로 세련되지 못해 매력적이지 않은지 잘 쓰이는 것 같지 않지만 우리 이전 세대의 알 만한 작가들만 해도 속담을 거의 상투적으로 쓰는 데다 적재적소여서 감칠맛을 돋우는 효과를 배가시켰다. 지금의 우리가 뭔 뜻인지 사전 앱을 뒤져 보지 않으면 모를 속담을 우리 이전 세대 독자들은 스마트폰은커녕 국어사전도 변변찮았을지언정 문맥을 똑바르게 파악했다면(독자의 역량을 믿었으니 작가가 그런 표현을 부담없이 늘어놓았겠지만) 지금보다 어휘력이라든지 문해력이 월등했을지 모른다. 눈에 뜨이면 닥치는 대로 메모장에 옮기지만 정작 어디다 갔다 쓸지 몰라 우두망찰하는 나를 보면 하수인 게 여실히 드러난다. 재미진 속담 몇 개 뜻풀이도 겸해 남긴다.
*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는다
(구운 게라도 혹시 물지 모르니 다리를 떼고 먹는다는 뜻. 틀림없을 듯하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낭패가 없다를 이르거나 겁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 과부댁 종놈 왕방울로 행세한다.
(남자 주인 없는 과부 집에서 사내 종놈은 큰소리로 떠드는 것으로 한몫을 본다는 뜻. 실속은 없으나 공연히 한번 떠들어 대는 것으로 일삼는다는 말)
* 절이 망하려 들면 새우젓 장수가 기어든다.
(비린 것을 먹으면 안되는 절에 새우젓 장수가 올 수가 있나? 일이 안되려니까 뜻밖의 괴상한 일이 생긴다는 말)
* 이 아픈 날 콩밥하더라
(딱딱한 콩은 아픈 치아로 먹기 힘든 음식.
곤경에 처해 있는데 더욱 곤란한 일을 당하게 됨을 이르는 말. 비슷한 표현- 이 앓는 놈 뺨 치기)
* 손자 밥 떠먹고 천장 쳐다보기
(겸연쩍은 일을 해 놓고 모른 척하고 시치미를 떼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시문-그런데, 교장이란 작자 말하는 것 좀 들어보십시오. 선생들도 이런 섬 구석에까지 와서 고생을 하니까 후생사업 겸해서 한포대씩 나눠줬다며 그게 뭐가 나쁘냐는 것입니다. 손자 밥 떠먹고 천장 쳐다본다더니, 이건 되레 한술 더 떠서 큰소립니다. 말로는 안 되겠어서 사정없이 패버렸습니다.(송기숙, 「도깨비 잔치」에서)
* 상여 메고 가다가 귀구녁(귀청) 후빈다
(일을 끝까지 성실하게 하지 않고 도중에 엉뚱한 데 정신을 팖을 핀잔하는 말)
* 가는 몽둥이 오는 홍두깨
(이쪽에서 방망이로 저쪽을 때리면 저쪽에서는 홍두깨로 이쪽을 때린다는 뜻. 자기가 한 일보다 더 가혹한 갚음을 받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슷한 표현-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 뒤웅박 차고 바람 잡는다
(뒤웅박은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을 내서 속을 긁어 내고 그대로 쓰는 주둥이가 좁은 바가지인데 그걸로 바람을 잡는다는 뜻이니 허무맹랑한 말을 떠벌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 따라서 '뒤웅박 팔자'라 함은 입구가 좁은 뒤웅박 속에 갇힌 팔자라는 뜻으로, 일단 신세를 망치면 거기서 헤어 나오기가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생이 벼락 맞던 이야기를 한다
(새우가 벼락을 맞아 봉변을 당하던 이야기를 한다는 뜻으로, 까맣게 잊어버린 지난 일을 새삼스럽게 들추어내서 기억나게 하는 쓸데없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