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57)

by 김대일

시니컬

전영관

당신의 포옹은 어색해

그 안부는 등받이 없는 의자 같아서

안온함이 지속되진 않는다

아무나 표절해도 되는 꽃말은

꽃을 선물해놓고 얼버무리는 핑계 같은 것

애인 앞에서의 눈물도

깨진 사랑을 수리해주는 천사의 접착제일 뿐

천 개의 퍼즐을 맞추는 일보다

그림 하나를 천 개로 나눈 사람이 대단해

운동화 끝이 자주 풀리는 것은

묶느라 구부리는 사이

내 안에 고인 것들이 흘러나가게 하라는

어린 귀신의 배려겠지

내일 당장의 일이면 불면으로 경고하는데

먼먼 일이라면 타인의 것인 양 잊어버리게 하는

신은 근시임에 틀림없어

내게 없다는 그 철학은

어른과 아이의 생각 차이를 화해시키는 일​

(냉소적인 사람은 실은 연약한 사람이다. 자신의 무능과 결함을 자책하지만 쪽팔리는 건 또 못 참아서 그걸 은폐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위선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냉소적인 사람의 수작이 어떨 땐 처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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