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

by 김대일

형광색 작업복을 입은 환경관리원이 점방으로 들어왔다. 자란 만큼만 깎아 달라고 주문하고 묵상하듯 눈을 감아 버린 사람한테서는 묘한 기개 같은 게 느껴졌다. 형광등 작업복에 눈만 빼꼼 나오게 두건을 덮어쓴 채 거리에서 빗질을 하는 이와 말문을 트게 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구청 소속입니까, 시청 소속입니까?"

"구청 청소행정과입니다."

"처우는 괜찮습니까?"

"엄연한 공무원입니다."

교교한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연속으로 던진 질문에 짤막하게 대답하는 상대를 대화 속에 더 머물게 하자면 더 임팩트 있는 질문이 필요했다.

"3D라고 하잖아요. 남들 하기 싫어하는 일이니 남다른 사명감이 아니면 더 고되겠어요."

"듣기 좋은 말 다 빼고, 돈 때문에 하는 거죠."

시니컬하지만 직관적이다. 이런 답변 좋아한다. 주체스러운 커트점 주인의 입을 다물게 하자면 어쩔 수 없겠다 싶었는지 마지못해 부연하는 환경관리원.

"어렵게 시험 봐서 들어온 게 6년 전인데 한 3년쯤 지나니까 환멸이 들더군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하잖아요. 같은 공무원이라도 천한 사람 취급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일껏 비질 다 해놓은 걸 뻔히 보면서 담배 꽁초를 버리는 젊은이, 자기 땅 청소는 안 해 준대서 국유지만 관리하게 되어 있다고 대답했더니 청소부가 자길 무시한다면서 구청에 민원을 넣는 주민. 요즘처럼 빡빡하고 일자리 궁한 시절에 안정적으로 벌어먹고 살 만하니까 그렇지 그게 아니면 할 짓 못됩니다."

1년마다 관할 구역이 바뀐댔다. 바뀔 때까지는 오며가며 들러서 목도 축이고 볼일도 보시랬더니 친절에 감화됐는지 묻지도 않은 속엣말을 더 꺼냈다. 이력이 특이했다. 구청 들어오기 전에는 30년 가까이 운동권에 몸을 담았더랬다. 주종목은 통일운동인데 그 덕에 콩밥도 먹어봤다나. 환경관리원으로만 썩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청소하면서 통일운동 할 거냐고 물었더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뜻깊은 걸 계획 중이라면서 다음 말을 아낀다. 들어올 때부터 낌새가 남달랐다. 뭐랄까, 범상치 않은 아우라 같은 게 뿜어져 나왔다고나 할까.

다음에 들르면 그 뜻깊은 뭔가가 무언지 꼬치꼬치 캐물어볼 작정이다. 비밀스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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