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다루는 한 팟캐스트의 진행자(허진모,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는 야만인을 의미하는 '바바리안(barbarian)'은 그리스어를 할 줄 몰라 말을 더듬고 '바르바르' 하며 옹알거리는 종족을 일컫는 '바르바로이(βάρβαροι/barbaroi)'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명이 발달한 사회란 언어가 발달한 사회이고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세분화되고 범주화된, 개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어휘들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포진되어 있는 사회임을 강조한다. 영화 <황산벌>에서 백제에 잠입한 신라의 첩자가 계백이 한 말을 모조리 듣고 와서는 김유신 이하 군 수뇌부 앞에서 그대로 보고한 뒤 이를 암호 해독관이 풀어 보는 장면이 있다. 계백의 말이다.
"나가 출정 전에 갑옷에 대해 거시기헌 거 기억들 하고 있겄제? 까먹지들 말고 병사들에게 거시기 잘 허라고 단단히들 일러."
"긍게 이번 여그 황산벌 전투에서 우리의 전략전술적인 거시기는 한 마디로 머시기할 때꺼정 갑옷을 거시기헌다."
백제 땅 사투리가 구수하고 정감 넘쳐 좋지만 암호 해독 20년에 죽어도 모르겠다고 해독관이 억울함을 표할 만큼 고난도 암호 같은 거시기, 머시기는 팟캐스트 진행자 의견을 좇자면 단 하나의 어휘로 모든 의미를 퉁 치는 통칭어統稱語인 셈이고 문명인으로서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겠다. 영화에서 김유신은 암호 해독관에게 내일까지 거시기와 머시기의 정체를 풀지 못하면 자기 손에 디진다고 엄포를 놓지만 내 장담하건대 자력으론 절대 못 푼다. 거시기와 머시기가 얼마나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