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머니 또는 하늘의 여신

by 김대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1852년 영국이 발견했고 발견 당시 '피크(peak) 15'로 표기됐다. 1865년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인도 측량국장의 공을 기려 피크 15를 측량국장의 이름인 에베레스트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몰랐을 때는 깔 맞춤한 등산복을 입고 뒷동산이라도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 만큼 산과 이름이 일체화된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실을 알고 나니 남극, 북극에 이은 제3극인 산 이름치곤 왜소하고 시시해서 바람 빠진 풍선마냥 존재감마저 쪼그라들었다.

먼저 찜한 놈이 임자라는 식의 패권주의적 오만에 새삼 진절머리가 나지만 이왕 붙일 거면 더 비중 있고 기념비적인 사람의 이름이면 어땠을까. 아니면 티베트와 네팔에서 '초모랑마(Chomolungma)', '사가르마타(Sagarmatha)'로 불리던 대로 그냥 냅두든지. 세계의 어머니(초모랑마), 하늘의 여신(사가르마타)이란 의미가 더 웅장하고 우아하며 기품이 흘러 넘친다. 그깟 측량국장에 비할 소냐.


최고급 아웃도어 브랜드,

초모랑마!

혹은

사가르마타!


어감이 영 안 좋다고? 세계 최고봉 자리에 에베레스트 대신에 초모랑마, 사가르마타를 명명했다면 우리의 인식 또한 그대로 굳어졌을 게다. 따지고 보면 거기서 내내 살았던 사람들이야말로 거기 그대로 있는 산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했을 테니 최초 발견이라는 주장이 참 무색하긴 하다.


※ 경향신문 김창길 기자의 사진 공책(2018년 11월 2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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