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머리를 깎은 단골 손님이 수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와서 살짝 삐져 나온 부분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 손님 원하는 대로 해주면 끝날 일인데 깎은 지 이틀밖에 안 지났지만 다시 손 봐야 할 데가 여기저기 눈에 띄어 결국 전체적으로 매만지는 데 이르렀다. 일을 사서 만들었다는 소리.
불현듯 돈을 받아야 하는지 갈등이 일었다. 살짝만 손 봐 달라는 손님의 요구를 가게를 자주 찾는 단골을 위한 그야말로 서비스 차원으로 쿨하게 받아들이면 그만인데, 문제는 마수라는 데 있다. 한참을 손님과 노닥거리면서 머리를 다듬다가 손님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니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걸 목격했다. 아, 이 양반도 심히 고민 중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양보하는 수밖에.
커트보를 거두자마자 손님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는 내게 건넸다. 그러면서 "원장님이 알아서 주세요"라며 선수를 친다. 원래대로라면 커트비 5천 원을 제하고 5천 원을 주면 계산 깔끔할 텐데 돈 앞에서 마구 흔들리는 마음이다. 거스름돈 5천 원을 주면 인정머리없다는 소릴 들을 것 같고 만 원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자니 그 놈의 마수가 걸리고.
"어떻게 해 드려야 하나?"
"원장님 알아서 주세요."
어떻게 됐냐고? 거스름돈 7천 원으로 낙착을 봤다. 3천 원이면 손님 쪽도 불쾌하지 않을 성싶고 나대로 개시 생색은 내겠다는 꼼수로. 허나 모르겠다. 점방 문 나서는 손님의 표정이 오묘한 까닭을. 장부에 커트비로 산정하기 애매해서 '팁 3천 원'으로 표기했지만 이런 걸 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괜히 받았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