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날 감회

by 김대일

어제는 좋은 숫자 '7'이 겹치는 칠월칠석 길일이다. 한국만이 아니고 중국, 일본에서도 견우와 직녀 전설은 있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서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 칠석날.

돈만 잘 세는 줄 알았더니 신춘문예에 당선한 시인이기도 한 경제일간지 논설위원은 칠석날로 칼럼 한 편을 멋드러지게 그려냈다. 인상적인 대목.

견우와 직녀가 사는 곳은 어디쯤일까요. 견우성(牽牛星)은 은하수 동쪽 독수리자리에 있는 알타이르(Altair)라는 별입니다. 지구에서 16.7광년 떨어져 있지요. 태양보다 약 2배 크고 10.6배 밝습니다. 직녀성(織女星)은 은하수 서쪽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를 가리킵니다. 지구와 25광년 거리에 있고, 태양의 2.3배 크기에 밝기는 34~40배나 되지요. 견우보다 직녀가 더 크고 밝습니다.이들은 어떻게 만날까요? 실은 만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바라보기만 합니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우리 위치가 바뀌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죠. 칠석 무렵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두 별의 각도 때문에 극적 상봉과 같은 착시가 일어납니다. 두 별 사이의 거리는 약 15.7광년에 달합니다. 까막까치가 놓은 오작교 길이도 그만큼 길지요. 빛의 속도로 달려서 16년, 사람의 평균 도보 속도(시속 5.5㎞)로는 31억 년쯤 가야 닿는 거리랍니다. 시인들은 이런 시공간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지요. 이옥봉도 ‘만나고 또 만나는데 무슨 걱정이랴/ 뜬구름 우리네 이별과 견줄 수 없네’라며 우리 눈을 우주의 시각으로 확장시켜 줍니다.(고두현 한국경제 논설위원, <고두현의 아침 시편-견우·직년에게 배우는 우주적 상상력>, 한국경제, 2021.08.13. 에서)

조선 중기 여성 시인인 이옥봉의 시는 다음과 같다.


칠석(七夕)

만나고 또 만나고 수없이 만나는데 무슨 걱정이랴

뜬구름 같은 우리네 이별과는 견줄 것도 아니라네.

하늘에서 아침저녁 만나는 것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이라 호들갑을 떠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도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했던가.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지만 이별 뒤의 재회를 꿈꾸는 건 질척대는 게 아니다. 세상이 넓다 하나 언제고 다시 만날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나로서는 조우의 순간에 찌질하게 안 보이려고 늘 조신한다. 특히 가슴에 비수를 꽂고 달아난 옛 연인(손가락 꼽을 만큼 되고 하나같이 꽂고 달아난 가해자라는 게 공통점이다)과는 그리운 직녀와 일 년 만에 재회하는 견우의 격정과는 비할 바 못 되지만 한때의 뜨거웠던 연정을 세월의 관록으로 삭히고 오래 알고 지내는 이웃에게 안부를 묻듯 대범한 평정심으로 대면하려고 대비하고 또 대비한다.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난다. 그러니 상대를 피눈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칠석날을 맞는 나의 감회다.

작가의 이전글마수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