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자 경향신문에서 눈에 뜨이는 사진 두 점을 발견했다.
1. 연극 관람을 끝내고 배우들과 뒤풀이하는 광경을 찍은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 앞에는 여전히 맥주병과 소주병이 섞여 진을 치고 있고 분위기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일국의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 숙인 배우들을 향해 심각하게 일장연설을 한다.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 두 개. 먼저, 구태여 연극 뒤풀이까지 따라가서 진지하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일까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 뒤풀이를 여러 번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뒤풀이가 심각할 이유는 전혀 없고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양아치로 찍힌다. 연극 아니면 술안주할 만한 것도 별로 없다. 대통령이 연극 애호가란 소릴 들어본 적 없지만 만약 그가 진정한 딜레탕트라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연극이 끝나면 어김없이 마각을 드러내는 가눌 수 없는 허탈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그냥 배우들끼리 먹고 마시고 즐기게 냅둬야 한다는 걸. 그게 배우들을 위한 예의라는 걸. 한갓져야 할 휴가치고는 참 요란하다.
두 번째는 가뜩이나 술 때문에 좋은 소리 못 듣는 대통령인데 또 술자리를 찍은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하는 건 무슨 저의일까다. 혹시 대통령실이 '알고보니 우리 편'인가.
2. 1972년 8월 19일 태풍 피해 당시 시루섬 마을 주민들이 올라가 몸을 피한 물탱크 모습과 50년 후인 지난 7월 21일 단양읍 문화체육센터에서 단양중 학생 197명이 시루섬 모형 물탱크에 올라가 버티는 실험을 하는 사진.
충북 단양군 시루섬 주민들은 태풍 '베티'로 섬이 모두 물에 잠기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자 마을 주민들의 상수도로 쓰는 물을 저장하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장소인 높이 6m, 지름 5m의 물탱크로 대피했다. 이때 물탱크에 올라간 주민은 주변 소나무 40~50그루에 매달려 몸을 피한 주민을 제외한 198명이었다. 물탱크에 올라선 청년들은 주민들이 밖으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서로 팔짱을 끼고 14시간을 버탰다. 당시 태풍 베티로 전국에서 55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는 데 비해 시루섬에서는 물탱크에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숨진 갓난아기를 포함해 8명이 숨졌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한 주민은 "다음날 새벽 5시쯤 물이 빠지면서 물탱크에서 내려오니 갓난아기의 머리가 싸늘했다. 아기 어머니는 아기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면 주변 사람들이 동요할까봐 조용히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시루섬의 영웅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경향신문, 2022.08.05.에서)
사진이 모든 걸 이야기해준다. 그게 내가 사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